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반도체 업계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반도체 산업의 매출이 최대 12%가량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중국과 한국을 넘어 미국·유럽 등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반도체 업체들의 경영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11일 개당 3.61달러를 기록했던 PC용 D램(DDR4 8Gb) 현물가격은 20일 3.52달러를 기록하며 이달 초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D램 현물가격은 반도체 공급부족 우려에 따른 재고 확보 수요로 지난달 말부터 보름가량 꾸준히 상승한 바 있다. 하지만 이달 11일 세계보건기구(WTO)가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을 선언한 후 열흘가량 계속 하락 추이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달 말 발표 예정인 PC용 D램 고정거래가격 또한 전달 대비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렌드포스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올해 노트북 출하량 예상 물량을 기존 1억6,050만대에서 1억5,010만대로 낮추기도 했다. 트렌드포스는 D램의 최대 수요처인 스마트폰 시장의 올해 예상 판매량도 기존 13억5,080만대에서 12억9,580만대로 낮춰잡는 등 반도체 최대 수요처인 세트 업체의 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업황 둔화에 대한 우려는 곳곳에서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18일 보고서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반도체 업계의 매출이 6%가량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IDC는 “애초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최소 2%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6%가량의 매출 하락 가능성이 약 54%의 확률로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가 됐다”면서 “올여름께나 글로벌 공급망과 수요 부분이 차츰 회복되기 시작할 것이며 코로나19가 정보기술(IT) 산업 전체에 1년가량 영향을 미친다면 12% 이상의 매출 감소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트렌드포스도 글로벌 반도체 직접회로(IC) 디자인 회사 상위 10곳의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4.1% 감소했으며 올해도 코로나19 때문에 실적 반등이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메모리가 주력인 한국 반도체 업체 입장에서는 중앙처리장치(CPU)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수요 감소는 D램이나 낸드플래시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IC 디자인 업체의 매출 추이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수요 감소가 결국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주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현재 반도체 공장 가동에는 문제가 없으며 생산량을 계속 늘리고 있는데 현재와 같은 수요에서는 재고가 쌓일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예상보다 장기화할 경우 이 같은 재고가 시장에서 소화하기 힘든 ‘악성재고’가 되기 때문에 반도체 가격 하락에 따른 실적 타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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