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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코로나 대출' 진통 왜]"신청만하면 돈 나온다"...급하지 않은 소상공인도 몰려

저신용 대상에 고신용자도 줄서
소진공 창구 돌려보내느라 헛심
현장 인력 부족으로 병목만 불러
내달 위탁은행 창구 마비 우려도

[소상공인 '코로나 대출' 진통 왜]'신청만하면 돈 나온다'...급하지 않은 소상공인도 몰려
박영선(오른쪽 두번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중부센터를 방문해 소상공인의 직접 대출 신청 상황 등을 점검하고 있다. /이재명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매출 절벽에 몰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최소 58조원의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대출 현장의 인력 부족에다 ‘남들보다 미리 받아 놓자’는 심리가 겹쳐져 지급 병목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코로나19 초기에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강제만 했지 정작 바깥 활동이 줄어들면 음식점 등의 소상공인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 사전에 준비를 소홀히 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코로나19 피해 저신용자 소상공인에게 1,000만원을 직접 대출해 주는 이른바 ‘코로나 대출’을 시범 실시한 지 이틀째인 26일에도 전국 62개 소진공 센터에는 첫날(25일)보다 더 많은 사람이 몰려 접수가 조기 종료됐다. 하루 신청접수 인원을 300명까지 제한한 서울중부센터는 오전 9시 문을 열기 무섭게 마감됐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한 소상공인은 “신청만 하면 5일 이내에 1,000만원을 대출해 준다는 소식을 듣고 찾았지만 이미 (접수가) 마감됐다”며 혀를 찼다.

[소상공인 '코로나 대출' 진통 왜]'신청만하면 돈 나온다'...급하지 않은 소상공인도 몰려

◇소상공인 죽는다고 하자 준비 안 된 채 시행= 코로나19로 대면접촉을 꺼리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식당, 재래시장 등 소상공인들이 직격탄을 받았다. 너도나도 버티기 위해 긴급경영안정자금 신청으로 몰려들 게 뻔한 상황. 하지만 최악의 코로나19 피해를 대피해 정부가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채 예산 증액만 내세우다 보니 현장 수혈에는 아직 미비하다. 실제 소상공인 직접 대출을 권장했지만 현장 접수와 심사를 병행할 수 있는 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서울 중부센터의 경우 상담 인력 9명 중 3명만이 직접 대출 업무가 가능하다. 어제 하루만 전국 62개 소진공 센터에 1만 5,000여명이 몰렸으나 상담 시간을 포함하면 직원당 하루에 십수명 남짓 대출을 처리할 수 있다.

여권에서는 강원도 산불발생 당시 이낙연 총리가 ‘불 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재민에 대한 대책을 치밀하게 세우라’고 지시해 여론 악화를 막은 것처럼 코로나19가 발생할 때부터 소상공인 피해를 예상하고 미리 촘촘한 준비를 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스크를 써도 된다, 안 써도 된다며 오락가락하는 사이 가수요가 증폭돼 마스트 대란 사태를 맞았듯이 소상공인 자금지원도 비슷한 궤적이다.

◇위탁받은 은행도 얼마나 몰릴지 몰라 초긴장=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출 업무를 위탁받은 은행도 초긴장이다. 이미 지역 신보 위탁으로 업무 과부하 상태고 다음달 1일부터는 얼마나 몰릴지 아무도 알 수 없어서다. 이렇게 되면 기존 고객과 뒤섞여 아수라장으로 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현재 지점에서 일 평균 5~7건씩 지역 신보의 상담을 대신 진행 중인데 한 건 당 한 시간 이상이 걸린다”면서 “다음달에는 외환 담당 인력까지 여신 업무에 활용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지원의 시급성과 부실 심사를 둘러싼 딜레마도 존재한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특수한 경우 부실 심사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겠다지만 일선 은행에서는 각 창구에서 보수적으로 심사해 추가적인 병목현상은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미리 받아놓자” 살만한 소상공인도 신청 폭주=“정부 예산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뿌리 깊은 인식도 영세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자금지원에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가 신청만 하면 1,000만원을 5일 내에 대출해 준다고 하자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소상공인들도 언제 예산이 바닥날지 모른다며 신청 대열에 가세하면서 자금지원을 꼬이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소진공 센터 현장에서도 “고신용(신용등급 1~3등급) 소상공은 돌아가 달라” “이미 정책 자금 신청한 소상공인은 중복 신청이 안된다”는 반복적인 안내에도 줄을 섰다 돌아가거나 상담에서 반려되는 상황이 연출됐다. 소진공에 배정된 정책 자금 2조 7,000억원 가운데 1조 9,400억원 즉, 17만 6,000명 분량의 직접 대출 예산이 책정됐지만 중소벤처기업부는 벌써 소진공 예산을 직접 대출 전용으로 활용할 분위기다. 상대적으로 형편이 나은 소상공인까지 가세해 급격히 예산이 바닥을 드러내며 정작 급전이 필요한 소상공인에게는 전달이 안 되는 ‘웃픈(웃기지만 슬픈)’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재명·이지윤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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