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한 지 3년을 맞이한 가운데 금융 혁신을 추진해온 금융당국 고위 인사들은 인터넷전문은행을 얼마나 활용하고 있을까. 본지가 정부의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관보를 분석한 결과 인터넷전문은행을 주거래 은행으로 활용하는 인사들은 아예 없었고 카카오뱅크에 비해 케이뱅크 이용률은 저조했다. 출범 3년 만에 흑자를 낸 카카오뱅크와 자금난을 겪는 케이뱅크의 현 주소가 금융 분야 고위공직자들의 이용실태에서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를 이용하는 금융 관련 고위공직자(본인과 배우자 기준)로는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최성일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유일했다. 계좌에 든 금액은 크지 않았다. 손 부위원장은 102만7,000원의 예금을 보유 중이고, 최 부원장보는 7만8,000원이 들어 있었다.
반면 카카오뱅크를 이용하는 금융 분야 공직자는 8명으로 집계됐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배우자가 2,400만원을 카카오뱅크 계좌에 보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 위원장의 배우자는 은 위원장이 한국수출입은행장으로 재직하던 시절부터 카카오뱅크를 이용했다.
또 손에 꼽히는 케이뱅크 고객이었던 손 부위원장은 카카오뱅크에도 예금을 보유, 107만5,000원 상당의 예금잔액을 신고했다.
금융감독원의 경우 부원장보 전체 10명 중 4명이 본인 혹은 배우자 명의로 카카오뱅크를 이용했다. 최성일 부원장보(57만4,000원), 김도인 부원장보(1억5,203만9,000원), 정성웅 부원장보(4,334만원)가 대표적이다. 반면 카카오뱅크 고객이었던 장준경 부원장보는 예금을 전액 인출해 더이상 인터넷전문은행을 이용하지 않았다.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본인과 배우자 모두 카카오뱅크 고객으로 총 169만원을 넣었다.
반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인터넷전문은행을 이용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금융 당국 인사들의 인터넷전문은행 이용 실태에서 올해로 서비스를 시작한 지 3년을 맞은 두 인터넷전문은행의 현 주소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출범한 지 3년 만에 지난해 순이익 137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카카오뱅크의 총 자산은 지난해 기준 22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6% 늘었다. 고객 수도 1,128만명에 달한다.
반면 적기 자본확충 기회를 놓친 케이뱅크는 ‘개점 휴업’ 상태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케이뱅크는 대주주 조건을 완화하는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자금난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역시 케이뱅크는 11.85%로, 10% 밑으로 떨어지면 부실은행으로 간주돼 금융당국의 관리 대상이 된다. BIS 총자본비율은 은행의 총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총자본비율이 높을수록 손실에 대비한 자본 여력이 높아 은행의 위기 대응능력이 높다는 뜻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간 고객 수가 10배가량 차이 나는 걸로 알고 있다”며 “이런 차이가 고위 공직자들의 주거래 은행 현황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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