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이 ‘라임 살릴 회장님’으로 통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수원여객 ‘탈취’ 작전을 치밀히 계획했던 정황이 포착됐다. 라임은 수원여객에서 161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3명의 공범과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사전에 수원여객의 매매계약서까지 작성하는 등의 대담함을 보였다. 특히 이들은 횡령금액으로 라임의 지분 100%를 확보한 뒤 이를 김봉현의 소유로 둘 계획까지 세웠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29일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수원여객 전 감사 김모씨의 이메일에 따르면 라임의 이 모 부장은 지난해 1월 14일 S캐피탈이 보유하고 있는 수원여객 지분에 근질권을 행사해 확보한 뒤 서원홀딩스에 317억원에 매각한다는 내용의 계약서 등을 담은 이메일을 수원여객 전 최고재무책임자(CFO) 김모 씨 등에게 발송했다. 서원홀딩스는 김봉현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회사로 추정되는 기업이다.
이와 관련 라임의 이 모 부장은 “김모 감사와 연락책 역할을 했을 뿐 모든 의사결정은 이종필 부사장이 했다”고 말했다. 해당 이메일의 발·수신 리스트엔 김 전 CFO와 김 전 감사, 박모 씨 등 수원여객에서 161억원을 횡령했다는 혐의로 경기남부경찰청이 수사하고 있는 인물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해당 이메일은 경찰이 증거 자료로 확보해 놓은 상황이다.
라임이 김봉현 등 범죄 혐의자와 공모했다는 의혹이 이는 것은 이메일 발송 시점 때문이다. 2019년 1월 14일은 라임이 S캐피탈에 수원여객 인수하는 데 들어간 돈을 갚으라는 급작스런 통지서를 보내기 바로 전날. S캐피탈은 2018년 4월 수원여객을 인수할 당시 라임에 270억원을 빌린다. 하지만 만기가 남은 상황에서 S캐피탈에 이자를 더한 317억원을 2영업일 이내에 갚으라는 기한이익상실(EOD) 통보를 보낸 것이다. 쉽게 말해 김봉현 등 일당은 아직 주식을 1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수원여객의 경영권을 미리 사고파는 ‘대담한’ 계약을 맺은 셈이다.
이들이 대담할 수 있었던 것은 라임과 함께 반년여에 걸쳐 치밀하게 사전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우선 김 전 CFO는 수원여객을 인수한 이후 S캐피탈에 잠입해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김 전 CFO는 2018년 10월부터 수차례에 걸쳐 증빙서류를 위조해 수원여객 내부자금을 빼돌렸다. 횡령금액만 161억원에 달한다. 이 돈은 ‘도관’으로 활용된 몇 개의 회사를 거쳐 다시 김봉현에게 흘러갔다.
김봉현 등 일당은 이 횡령 금액을 S캐피탈이 확보하지 못한 수원여객의 잔여지분 43%를 매입하는 데 쓸 계획이었다. 실제로 해를 바꾼 1월 10일 한 법무법인은 에스엠제이홀딩스라는 페이퍼컴퍼니가 수원여객 주주인 조모 일가의 주식을 매입한다는 내용이 담긴 주식매매계약서를 이메일로 김 전 감사에게 송부한다.
라임도 발맞춰 움직였다. 2018년 12월 S캐피탈이 보유하고 있던 수원여객의 주식이 질권을 설정한다는 내용을 담은 문서가 이종필에게 전달된다. 김봉현이 횡령금액을 통해 잔여 지분을 사들이고, 라임은 대출금을 인질 삼아 S캐피탈이 인수했던 지분을 확보하겠다는 게 이들의 수원여객 탈취 계획의 골자였다.
실제로 김봉현 일당과 라임은 이 같은 계획을 2019년 1월 15일 실행한다. 이틀 동안 이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수원여객 지분 53.5%를 고스란히 라임 측에 넘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다행히 수원여객을 탈취하려던 이들의 범죄 계획은 실패했다. S캐피탈이 이틀 새 317억원의 자금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 횡령 주범인 김 전 CFO는 회사 자금 16억원을 인출한 뒤 17일 해외로 도피한다. 경찰의 수사를 피해 도주 중이던 김봉현은 이후에도 여러 사기 행각을 저지르다 최근 덜미를 잡히면서 현재 구속영장이 발부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김봉현이 라임사태가 권력형 게이트로 확산할 수 있는 결정적 키를 쥐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다만 이 모 부장은 이와 관련 “이종필 전 부사장이 지시했고 실무 절차를 진행한 것 뿐이다. 당시 (이종필이) 지분 매수자의 법인명만 얘기했을 뿐 그 정체도 알리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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