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라고 불리는 워런 버핏을 따라 델타항공 등 항공주에 투자했다가 물린 국내투자자가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주 장기 투자 계획을 밝혔던 버핏이 이달 들어 보유 중인 항공주 지분을 대거 매도하고 나서면서 이들 주식은 ‘버핏마저 포기한 주식’이 됐다.
8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투자자는 이달 1~7일까지 델타항공 주식을 3,531만달러(약430억원) 매수했다. 같은 기간 매도액은 1,636만달러(약199억원)에 불과해 순매수 규모는 1,885만달러(약230억원)에 이른다. 이달 국내 투자자가 매수한 전체 미국 주식 중 순매수 결제액 기준으로 6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같은 기간 또 다른 항공사 유나이티드항공의 모기업인 유나이티드콘티넨털의 순매수 규모도 264만달러(약32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델타항공의 주가는 지난달 27일부터 8거래일째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같은 기간 미국 다우지수가 4.51% 반등하는 데 성공했지만 델타항공 주식은 29.81%나 추가 하락한 22.25달러를 기록했다. 버핏이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버크셔해서웨이는 이달 1~2일 델타항공 주식 약 1,300만주를 주당 평균 24.19달러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기간 사우스웨스트항공 주식도 주당 32.22달러에 230만주를 처분했다. 문제는 이번 매각으로 버크셔의 델타항공과 사우스웨스트항공에 대한 지분율이 10% 미만으로 낮아졌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지분율이 10% 미만이면 보유주식의 변동내용을 즉각적으로 공개할 의무가 없어 버핏이 추가로 이들 주식을 팔아치운다고 해도 투자자들이 알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산업의 피해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가 항공산업에 준 타격은 중국→동아시아→유럽→미주 순으로 순차적인 전파가 발생하면서 장기화할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현재 수준의 운송 중단이 2~3개월간 지속될 경우 글로벌항공사의 75%가 유동성 위기를 겪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이슈가 잠잠해진 중국에서도 비행기가 뜨지 않고 있다”며 “현시점에서 항공주에 접근은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한나기자 han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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