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억달러(약 85조6,500억원) 규모의 채무 재조정을 추진하는 아르헨티나가 국제 채권단에 3년 상환 유예와 이자 삭감 등을 포함한 조정안을 제시했다.
16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일간 라나시온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정부가 내놓은 조정안에는 채무 상환을 2023년까지 3년 유예하고, 이자의 62%, 원금의 5.4%를 삭감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자 삭감분은 총 379억달러, 원금 삭감은 36억달러에 해당한다는 정부는 설명했다.
마르틴 구스만 아르헨티나 경제장관은 “지금 우린 빚을 갚을 수 없다. 갚을 의지가 있지만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우린 사실상 채무 불이행(디폴트) 상태”라고 표현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채권자들에게 20일 내로 제안 수용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2년 연속 경기 침체가 이어진 아르헨티나는 국내총생산(GDP)의 90%에 해당하는 3,000억달러 이상의 부채를 안고 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정부는 이중 국제통화기금(IMF)에 빌린 440억달러를 포함한 약 700억달러에 대해 채무 재조정을 추진해 왔다. 당초 3월 말까지를 자체 협상 시한으로 설정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일정이 지연됐다.
이날 내놓은 정부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최근 정부의 채무 재조정 협상이 지연되면서 시장은 아르헨티나가 또다시 디폴트 상태에 빠질 것을 우려해왔다.
현지 컨설팅업체 세이도의 가브리엘 셀포는 로이터에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한다”며 “시장이 예상한 것보다 낫다. 채권자들은 대규모 원금 삭감 같은 과격한 제안이 나올까 걱정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컨설팅업체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의 히메나 블랑코는 블룸버그에 “디폴트 전력이 많은 아르헨티나 같은 나라가 원금 대폭 탕감이 아닌 이자 삭감을 제안하고 나온 건 비교적 좋은 소식”이라며 “이 제안이 받아들여지면 정부에겐 적어도 숨돌림 틈이 생긴다”고 말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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