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관련 신천지 대구교회에 구상권을 청구하겠다고 밝히면서 향후 이 구상권이 인정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구시가 입은 피해가 대구교회와 그 구성원의 행위로 인한 것이 맞는지, 대구교회가 피해를 사전에 예측할 수 있었는지 등이 관건이라고 봤다.
대구시는 지난 13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신천지 대구교회 행정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신천지의 위법사항을 파악해 구상권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구교회가 신도와 교회 시설 일부를 고의로 누락한 신도 명단, 시설 목록을 제출해 시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졌다고 시는 보고 있다. 대구시는 신천지 신도로 알려진 31번 확진자가 동선 관련 허위진술을 한 정황이 발견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시가 실제로 대구교회에 구상권을 청구할 경우 첫 번째 쟁점은 ‘대구시의 책임 범위’다. 현행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감염병 발생 시 일정한 비용을 스스로 부담할 의무가 있다.
이러한 조항에 비춰 보면 대구시의 의무가 어느 정도인지를 규명하는 게 중요해진다. 코로나19로 대구시가 입은 피해 중 대구교회가 일으킨 피해의 비율을 확실히 알아내는 단계가 필수라는 의미다.
두 번째로 ‘손해의 실재’와 ‘손해의 원인’도 쟁점이 될 수 있다. 손해의 실재란 대구시가 실제로 손해를 입었는지를 뜻하며, 손해의 원인은 그 손해가 대구교회로 인한 것이 확실한지를 의미한다. 만약 대구시가 피해의 형태와 규모를 명확히 규정하지 못하거나, 대구교회가 피해를 줬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구상권 인정은 어려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고려대 인권센터 자문위원 박찬성 변호사는 “대구시가 부담해야 할 비용 부분은 어디까지인지, 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신천지 대구교회의 불법행위로 인한 부분인지를 입증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피해의 존재 여부 자체, 존재한다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의 감염병 확산 피해를 신천지 대구교회로 인한 피해로 볼 수 있을지가 입증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 쟁점은 대구시의 피해에 대한 대구교회의 ‘예견 가능성’이다. 대구교회가 향후 피해가 발생할 것을 알면서도 신도 명단과 교회 시설 목록을 허위로 작성해 낸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비룡 법률사무소 대헌 대표변호사는 “대구교회가 허위 자료 제출 등을 할 때 그로 인한 피해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면 불법성이 인정된다”며 “이러한 경우 구상권이 인정될 확률이 높다”고 조언했다.
대구교회 측의 고의성과 과실 유무는 구상권 인정 여부를 가르는 마지막 포인트다. 지난 6일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책임관은 “구상권을 청구하려면 명백한 고의와 과실이 신천지 교회 측에 있다는 사실부터 밝혀져야 하고, 밝혀진다면 구상권 등 모든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관련 구상권 청구 당시에도 이 같은 쟁점들이 적용됐다. 정부는 고(故) 유병언 세모그룹 전 회장에게 4,213억원의 구상금을 청구했고, 이에 법원은 유 전 회장 일가에 사고 수습 비용의 70%에 해당하는 1,700억원을 정부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세월호 감시·감독 의무를 소홀히 해 사고를 유발한 책임이 인정된다”면서도 해경의 부실구조 등도 참사의 원인으로 보고 책임 범위를 일부로 제한했다. 유 전 회장 측의 책임 범위와 과실, 손해의 실재와 원인 등을 규명한 결과다.
법조계 관계자는 “세월호 때처럼 구상권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확실하게 밝혀져야 할 점이 많다”면서도 “여러 단계를 거치더라도 입증될 부분이 제대로 입증되기만 한다면 ‘신천지 구상권’ 인정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구시는 경찰의 협조를 받아 디지털포렌식으로 지난 2011년부터 지난 2월까지 신천지 대구교회 교인 명단 관련 컴퓨터 파일을 분석했다. 그 결과 신천지에서 제출한 명단(대구 거주자 기준 1만459명)과 일치하지 않거나 확인 불가능한 교인 1,877명의 명단을 확보했다.
대구시는 유년회·학생회 명단에서 제외된 미입교자 211명과 선교교회 방문자 47명의 명단도 추가 확보했다. 교회 시설과 관련해 신천지가 제출한 시설 목록(42곳)에서 누락된 8개 시설을 행정조사와 제보 등으로 추가 파악했으며 총 51개 시설을 폐쇄 조치했다. 신천지 측은 지난 2월22일 전체의 43%인 22곳만 통보하고 지난달 1일 뒤늦게 20곳을 통보해 방역에 혼선을 초래했다.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 결과 31번 확진자의 교회 내 동선과 관련해 일부 허위진술한 정황이 파악됐고, 이만희 총회장이 지난 1월에 대구와 경북 청도를 다녀간 사실도 드러났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