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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PC로 SW 독학..세계 첫 모바일 원격솔루션 일궜죠"

[CEO&STORY] 서형수 알서포트 대표

공고 졸업 후 SW 주경야독..100만원 들고 창업 승부수

백신 개발 중 원격솔루션 눈떠 알서포트 통해 제2 도전

기술 차별화로 日시장 1위 이어 펜타곤·유럽·中 등 개척

"코로나 계기 수요 늘어 서버 50배 증설..꿋꿋이 성장할 것"

서형수 알서포트 대표가 서울 잠실 본사에서 스마트폰과 PC로 원격솔루션을 시연하면서 직원들과 영상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불과 약 20년 전만 해도 해외진출을 위해 해외에 나가면 현지 바이어들이 ‘한국에서도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해요?’라는 질문을 하고는 했죠. 지금은 스마트폰과 개인용컴퓨터(PC)를 제조하는 글로벌 톱10 전자회사 중 삼성·LG·화웨이·소니·도시바·오포·레노버 등 7곳이 저희 회사의 원격제어솔루션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재택근무·원격교육이 전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다. 이를 기술적으로 뒷받침하는 원격솔루션 분야에서 세계적 강소기업을 일군 한국 경영인이 있다. 서형수 알서포트 대표다. 서 대표는 지난 13일 서울 잠실동 본사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이번 코로나19 사태 이후 화상회의·재택근무와 같은 ‘비대면 비즈니스’를 뒷받침할 원격 서비스가 (사회적으로) 기본 인프라로 자리 잡게 될 것 같다”며 “전 세계 누구라도 원격솔루션이라고 하면 알서포트를 떠올릴 만큼 한국의 대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사태로 기업은 물론이고 학교·학원 등에서 저희 회사의 원격솔루션 이용 수요가 어마어마하게 늘어 이에 대응하기 위해 데이터서버를 50배 이상 증설했다”며 이번 감염병 사태를 딛고 투자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알서포트는 현재 일본 원격솔루션 시장에서 50% 이상을 점유하며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진출국을 늘려 현재 미국·중국·유럽 등 25개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어지간한 글로벌 대기업들도 진입하기 쉽지 않다는 미 국방부(펜타곤) 조달시장에도 성공적으로 뛰어들었다. 2007년부터 펜타곤이 알서포트 원격솔루션 서비스를 도입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서 대표는 “당시 펜타곤 입찰에서는 미국의 SW 기업인 C사의 낙찰이 사실상 유력했고, 저희 회사는 펜타곤이 입찰 절차상 C사 서비스와의 비교견적을 내기 위한 수준으로만 검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런데 펜타곤이 막상 C사의 것과 비교해 테스트해보니 저희 회사 상품이 더 나은 성능을 보여 되레 C사가 떨어지고 우리 회사가 선정되는 어마어마한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선도적인 원격솔루션 기업을 일군 서 대표지만 사실 청년 시절의 그는 소프트웨어와는 무관한 학력 배경을 갖고 있었다. 그는 학창 시절 가정형편상 대학에 진학하기 어려워 부산공업고등학교 기계과로 진학해 설계 등을 공부했다. 1988년 졸업 후에는 LG전자에 입사했다. 당시 그는 LG전자의 생산기술연구소 근무로 내정돼 있었다. 그런데 당시 LG전자 창원 제2공장의 자재부장이 입사 첫날 인사차 들렀던 그를 낚아채 자재부로 영입했다. 이것이 그의 운명을 바꿨다. 자재부 사무실의 한구석에 방치돼 있던 PC 한 대가 서 대표의 눈에 띈 것이었다. 그는 독학으로 PC 사용법을 배우고 자재조달 업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사내 자재부서 업무를 전산화했다.

서 대표는 이후 경남정보대에 입학해 야간에 공부하며 정보기술(IT)에 대한 이해를 키워갔다. 그러다 회사를 아예 그만두고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전직하기로 결심했다. 당시 회사 간부들은 그의 사표를 두 달 가까이 수리하지 않고 붙잡았다고 한다. 하지만 동문 선배들은 서 대표에게 “회사를 나가려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나가라. 뒤를 돌아보면 후회한다”고 충고했고 이에 용기를 얻어 결국 전직했다.

전직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시련이 찾아왔다. 1995년 한 중견 IT 기업에 입사해 프로그램 개발자로 첫발을 내디뎠는데 1997년 일명 ‘IMF 사태’라 불리던 외환위기를 맞아 얼마 후 직장이 문을 닫았다. 위기 직전인 1997년 6월 결혼했던 그로서는 빨리 다른 취업 자리를 찾아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 그러나 당시 부산에서는 그가 강점을 가졌던 시스템 프로그램 개발 분야에서 인재를 찾는 기업이 없었다. 서 대표는 “그때 그렇게 (구직을 하며) 버티다 결국 수중에 단돈 20만원만 남게 됐다”며 “막 아이도 가진 무렵이어서 이제 더 이상 (구직은) 안 되겠다 싶어 직접 창업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살던 전셋집을 빼고 받은 전세보증금 약 3,000만원을 모두 처가에 주고 한동안 처를 보살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나서 서 대표는 모친에게 빌린 단돈 100만원으로 1998년 부산에서 회사를 차렸다. 사명은 ‘하이드로소프트’. IT 리소스 등을 관리해주는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하는 회사였다. 서 대표는 “처음에는 돈이 없어 다른 곳이 쓰는 사무실에서 책상 하나만 빌려 쓰는 형식으로 자리를 만들어 회사 사무실을 차렸다. 그런데 운이 좋았는지 그 사업이 잘됐다”고 전했다. 마침 대기업 계열 보안서비스 업체인 씨큐아이로부터 정보통신 네트워크용 백신 프로그램 제작을 의뢰받았다. 그 과정에서 컴퓨터용 백신 프로그램 개발업체 하우리와 인연이 닿아 해당 기업의 연구소장으로 스카우트됐다.





서 대표가 하우리에 몸담으면서 개발한 백신 제품은 소프트웨어 시장에서는 생경했던 구독형 서비스 형태였다. 당시는 국내외의 컴퓨터용 프로그램이나 운영 시스템은 디스크 등의 저장매체에 담겨 오프라인 형태의 번들 제품으로 판매되던 시절이었다. 파는 기업이든 사는 고객이든 한번 구매하고 나면 그걸로 끝이었고, 요즘과 같이 프로그램 구매 후에도 인터넷통신망을 통해 수시로 프로그램을 자동 업데이트해주거나 오류를 실시간으로 관리해주는 개념은 없었다. 그런데 서 대표는 개념을 바꿔 온라인으로 백신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이후 원격으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관리해주는 방식의 백신을 개발해 하우리의 이름으로 출시했다. 백신은 인기를 얻었고 그에 힘입어 하우리는 2년여 만에 상장할 수 있었다.

서 대표는 해당 백신을 개발하면서 원격솔루션의 시장 성장 가능성을 엿봤고 당시 몸담았던 하우리 측에 해당 사업 확장을 제안했다. 당시 하우리 경영진은 백신 프로그램에 주안점을 뒀던 터라 서 대표와는 의견이 달랐다. 결국 서 대표는 재창업하기로 했다. 2001년 말 알서포트를 세운 것이다. 당시에는 몇몇 지인들과 함께 창업해 공동대표 체제였다가 몇 년 뒤부터는 단독대표 체제로 경영하기 시작했다. 재창업은 조기에 안착했지만 내수시장은 좁았다. 서 대표는 창업 이듬해부터 곧장 해외시장을 공략했다. 일본이 첫 타깃이었다. 서 대표는 “18년 전 당시 일본의 한 대형 타이어 업체 연구소를 찾아가니 그분들이 ‘솔직히 한국 제품이라고 하면 믿음이 가지 않지만 당신네 프로그램은 타사에서는 대체할 수 없는 유니크(독보적)한 제품이고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바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구매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하더라”며 “그 말을 듣고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브랜드에 대한 저평가)’ 상황 속이라도 유니크한 기술력과 비즈니스모델만 갖춘다면 세계 시장에서도 충분히 승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술회했다. 이후 알서포트는 일본에서 성공 가도를 달려 사내 총매출 중 일본 비중이 약 60%에 이르렀다. 일본 1위 이동통신 업체인 NTT도코모로부터 1,400만달러를 투자받아 이를 기반으로 상장도 할 수 있었다.

알서포트는 이후 미주·유럽·중국 등으로 시장을 확대했다. 다만 그즈음에는 해당국에서도 원격솔루션 서비스 기업들이 등장해 이미 자국 시장을 선점한 상태였다. 이에 대응해 서 대표는 기술 차별화로 승부를 걸고 있다. 해당 경쟁사들이 PC 기반의 원격솔루션에 안주하고 있다는 점을 간파해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 원격솔루션 기술을 선제적으로 개발했다. 마침 삼성전자가 당시 출시한 갤럭시2 스마트폰에 알서포트의 솔루션을 적용한 것이 서 대표에게 큰 힘이 됐다.

서 대표는 “저희는 전 세계 원격솔루션 기업 중 유일하게 모바일 기기에도 적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갖췄고, 별도의 프로그램 설치 없이도 일반 인터넷 브라우저만 있으면 누구나 접속해 이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차별점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번 코로나19 사태처럼 다양한 위기 속에서 세계 경제가 (일시적으로) 후퇴하기도 했지만 그런 와중에도 경영 효율화 등을 위해 IT에 대한 기업들의 수요는 늘어날 것이어서 저희 회사도 꿋꿋이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민병권·김성태기자 newsroom@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He is… △1970년 부산 △1988년 부산공고 졸업 △1996년 경남정보대 졸업 △1988년 LG전자 입사 △1995년 화창정보통신 개발팀장 △1999년 하우리연구소장 △2001년 알서포트 공동창업 △2005년~ 알서포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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