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자동차’가 ‘일상’으로 찾아왔다.
현대자동차 ‘2020 벨로스터 N’ 얘기다. 현대차(005380)의 고성능 브랜드 N의 주요 모델인 벨로스터 N의 2020년형 모델. 8단 습식 더블 클러치 변속기(N DCT)를 탑재한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언뜻 보기엔 “변속기 하나 바뀌었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결정적인 변화다. 이전 모델은 수동변속기로만 출시됐기 때문. 아무리 N브랜드와 고성능을 내세워도 2020년에 수동변속기 차량을 일상의 데일리카로 몰고 다닐 운전자가 얼마나 될까. 변속기 변화로 인해 비로소 현대차가 N브랜드를 통해 강조하는 ‘운전의 재미(Fun to Drive)’가 소비자들의 일상으로 들어올 준비가 된 셈이다.
난데없이 강풍이 몰아치던 지난 21일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2020 벨로스터 N을 시승했다. ‘일상의 스포츠카(Everyday Sports Car)’를 표방하는 차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 목표는 명백히 성공했다. 2020 벨로스터 N은 빠르면서도 여유가 있었고 동시에 운전이 재밌었다. 마치 엄청난 운동량 이후에도 눈빛이 살아있는 작은 체구의 운동선수 같다고 할까. 일상에서 이 차 운전석에 앉으면 어디든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가장 빠르게 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운전석 시트에 앉았더니 옆구리와 허벅지를 잡아주기 위한 돌출 부위가 느껴졌다. 레이싱에 최적화된 시트다. 나중에 트랙 주행 시승에서 이 부분의 역할을 톡톡히 느꼈다. 옆자리에 놓은 가방이 이리저리 나뒹구는 고속 주행 상황에서도 단단히 몸을 감싸줬던 것.
용인 스피드웨이는 이전에 약 2억5,000만원에 달하는 메르세데스-AMG GT로 달려본 적이 있다. 2020 벨로스터 N은 기본형에 N DCT와 퍼포먼스 패키지를 더하면 3,400만원 정도. 가격 차이가 어마어마한 만큼 성능에서 단순 비교는 무의미하다. 하지만 반대로 ‘가성비’를 고려한 벨로스터 N의 운전의 재미는 다른 차종에 크게 뒤지지 않았다.
가속페달을 깊숙이 밟았을 때 머리가 흔들릴 정도로 곧바로 튀어 나가진 않지만, 충분히 빠르게 속도를 높여나간다. 이 차의 ‘제로백(0→100㎞/h)’은 5.6초. 트랙에서 코너 구간을 벗어나 직선주로에 들어서자마자 ‘풀악셀’을 밟았더니 어느새 시속 200㎞에 계기판 바늘이 가 있다. 브레이크 또한 시차나 밀림 현상 없이 운전자가 원하는 느낌을 잘 구현해줬다. 브레이크가 잘 밟히니 가속페달을 밟는 데 부담이 없어진다. 시승 초반엔 기자들이 가속페달이나 브레이크를 갑자기 세게 밟는 데 부담을 느끼자 프로 레이서인 인스트럭터가 “좀 더 강하게 밟아도 된다”며 “차가 제 성능을 보여줄 수 있도록 몰아 부쳐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차는 여유 또한 갖췄다. 뛰어난 주행 성능을 보여주지만 쥐어 짜내는 느낌이 아니다. 고성능을 오랫동안 구현할 수 있는 체력 또한 갖췄고 그런 면에서 신뢰감을 줬다.
현대차가 새로 탑재한 여러 주행기능도 운전하는 재미를 더해준다. 레이싱카의 최대 발진 성능과 느낌을 구현한 런치 컨트롤, 20초 간 7%의 토크 향상을 불러오는 ‘부스터’ NGS(N Grin Shift), 코너링 등의 환경에서 프로 레이서의 수동 변속과 거의 동일한 수준의 변속 패턴을 구현하는 NTS(N Track Sense Shift) 등이다. 이날 인스트럭터를 맡은 전대은 레이서는 “NTS는 프로 레이서의 생각과 95% 이상 일치하는 변속 능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NGS 기능은 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뻥 뚫린 고속도로에서 사용하면 좋을 듯 하다.
이 차의 단점을 굳이 꼽자면 호불호가 갈릴 디자인과 스포츠카라는 점 아닐까 싶다. 벨로스터 첫 출시 이후 디자인, 특히 뒷모습이 크게 진화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해치백 모델을 기피 하는 이들도 있다. 스포츠카라는 게 단점이라는 말은 승차감에서 편안한 차를 찾는다면 다른 안락한 차들도 많다는 뜻이다.
그러나 어차피 모두를 만족 시키려고 내놓은 차는 아니다. 진정 운전 자체를 좋아하는 일상 속 레이서들에게는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선택지가 생겼다. ‘일상의 스포츠카’로 손색이 없는 매력적인 차임에 분명하다.
/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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