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 편성을 준비하고 있는 정부가 3년 이상 지원된 보조사업 600개를 전면 재검토하라는 지침을 마련했다. 하지만 매년 보조금 사업을 구조조정하겠다는 말만 반복할 뿐 실태 관리조차 되지 않고 있어 실제 개편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기재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비상 상황인 만큼 이번엔 반드시 보조금 사업에 메스를 대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추경을 3차례에 걸쳐 단행하고 전국민을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현금복지를 쏟아낸 뒤에 지출 구조조정에 나선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6일 기획재정부는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2021년도 예산안 편성세부지침’을 확정해 각 부처에 통보했다. 각 부처는 지침에 따라 내년도 예산요구서를 작성해 오는 31일까지 기재부에 제출해야 한다.
기재부는 이번 편성세부지침에서 과감한 지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세입여건은 갈수록 나빠지는데, 위기극복에 필요한 재정 소요는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각 부처별로 재량지출의 10%를 구조조정 할 것을 요구했다. 절감된 재원은 신규·핵심사업에 재투자해 자발적 구조조정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3년 이상 지원된 보조사업을 대상으로 필요성과 지원규모를 재검토하는 등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도 주문했다. 당초 사업목적을 달성하거나 민간 역량이 향상돼 보조금 지원 필요성이 낮은 경우 사업 폐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5년 이상이었던 기준을 3년 이상으로 강화하면서 더 까다롭게 살펴보기로 했다.
다만 보조금 구조조정이 이번에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기재부는 지난해 발표한 예산안 편성지침에서도 5년 이상 보조금을 지원받아 온 단체·기관에 등에 대해 지원 필요성을 재검토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로 어떤 보조금 사업이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구조조정 됐는지 파악조차 되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보조금 사업을 마냥 늘리기 어려운 여건이라 이번엔 반드시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이외에도 박물관·미술관 등 문화시설을 새로 지으려면 사전 타당성 평가를 거쳐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문화시설 중복투자를 막고 지역별 차별화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건축사업 설계비에 디자인 비용을 10%까지 반영할 수 있는 길도 터놓았다. 또 건설·통신 공사일 경우 난이도가 높은 설계일수록 보상을 강화하기 위해 설계비를 차등 지원하기로 했다.
/세종=조지원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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