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가 1가구1주택 실수요자의 부담 완화를 위해 종합부동산세 적용 기준인 공시가격 9억원을 상향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올해 납부할 종부세에 적용하기에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해 매년 ‘세금 폭탄’이 떨어지는 1주택자에게는 희망고문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는 11일 언론 인터뷰에서 “종부세는 부유세 성격도 있지만 투기를 막는 쪽에 더 방점이 있는 제도여서 ‘1가구1주택’이라고 하더라도 종부세를 무력화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부분적 완화 정도는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종부세 부과 기준(주택 공시가격 9억원)이 정해진 후 집값이 많이 올랐다”면서 “1가구1주택자에 한한 부과 기준 조정 정도의 현실화는 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이는 1가구1주택자 적용 기준인 공시가 9억원 상향의 경우 종부세 제도를 훼손하지 않아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 발언이다.
1주택자 기준이 되는 공시가 9억원은 지난 2009년 정해진 후 11년째 유지됐다. 최근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매매가격 중간값)이 9억원을 넘어서면서 종부세 과세 기준(공시가격 1주택 9억원, 2주택 이상 6억원)을 올려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를 추진하면서 종부세 부담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의 KB리브온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올 1월 처음으로 9억원을 돌파했고 지난달에는 9억1,998만원을 기록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주택자 종부세 부과 기준인 전국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주택은 올해 30만9,361가구로 지난해(21만8,124가구)보다 42%나 급증했다.
다만 정 총리는 당정과 정부 내에서 이 문제를 충분히 검토하거나 논의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 역시 현재 종부세율을 강화하는 내용의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의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어 바로 적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기재부 내부에서는 정 총리의 발언과 달리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고가주택’이 된 상황에서 종부세 부과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집값 안정과 조세형평 문제로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내부에서도 시각차가 있는 셈이다.
물리적으로도 곧장 추진하기는 힘들다. 당정청은 지난해 ‘12·16부동산대책’으로 2020년 납부분부터 강화된 종합부동산세를 적용할 방침이었으나 20대 국회 처리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 종부세는 6월1일 기준이어서 이달 중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올해 적용이 불가능해진다. 결국 정 총리의 생각대로 공시가 조정을 통해 1주택 실수요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세법개정안에 내용을 담아 가을 정기국회에서 처리한 뒤 내년부터 적용해야 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김태년·전해철·정성호 의원 모두 종부세 강화라는 당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1주택 실소유자에 대한 종부세 완화 검토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일제히 밝힌 바 있어 당론으로 추진할 가능성은 있다.
전문가들도 세율 인하가 힘들다면 대상 기준 자체를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5~6년 전 9억원짜리 아파트가 지금은 15억원 정도 되는 상황인데 여전히 ‘9억원’을 고가주택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기준 상향이 이뤄지면 종부세 대상자가 줄어들어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실수요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9억원을 높이는 방안은 필요하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가급적 빨리 처리해 세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1주택자, 조정대상지역 외 2주택 보유자에 대한 종부세율을 기존보다 0.1%∼0.3%포인트 인상하고 3주택 이상 다주택자와 조정대상지역 2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율은 0.2%∼0.8%포인트 높이는 내용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총선을 앞두고 실수요자의 종부세 부담 완화를 주장했다가 선거가 끝난 뒤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 /세종=황정원기자 진동영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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