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 국민 고용보험’ 제도 도입을 위해 고용보험료를 기존의 급여가 아닌 소득 기준으로 징수하는 체계 마련에 돌입한다. 가입 대상을 자영업자·특수고용종사자(특고)·프리랜서로 확대하기 위한 조치다. 다만 소득액 기준 보험료 산출이 건강보험 시스템과 다를 바 없어 결국 ‘준조세’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세저항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11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고용노동 대책회의에 참석해 “일하는 모든 분을 위한 고용보험 확대는 우리 사회가 가야 할 길이며 시대적 과제”라며 “고용보험 미가입 노동자분들의 가입을 근원적으로 촉진하고 적용 대상을 확대해나가기 위해서는 소득 파악체계 구축, 적용·징수체계 개편, 국세청·근로복지공단·건강보험공단 등 유관기관 간 정보 연계 등의 과제가 선결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범정부 추진체계 마련 등의 준비 작업에 착수하고 자영업자 등의 추가 적용 시기 및 방안은 단계적으로 마련·추진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고용보험은 근로자를 중심으로 설계됐기 때문에 소득이 아닌 월 급여를 기준으로 산출하게 된다. 현재는 근로자의 고용보험료를 근로자와 사용자 각각 0.8%씩 부담하고 있다. 자영업자·특고·프리랜서의 경우 급여를 자동으로 신고하지 않기 때문에 고용보험에 편입하기 위해서는 소득 기준의 새로운 부과체계 형성이 불가피하다. 지난 3월 고용보험 가입자는 경제활동인구 2,778만9,000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375만명에 불과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자영업자(올해 3월 기준)는 548만3,000명에 이른다.
소득 중심으로 고용보험료가 부과되면 사실상 건강보험료와 비슷한 부과체계가 형성되게 된다. 직장가입자는 급여를 기준으로, 지역가입자는 이자·부동산임대·사업·근로 등 포괄적 소득을 기준으로 고용보험료를 산출하는 셈이다. ‘전 국민 고용보험’이 건강보험을 따라갈 경우 당연가입으로 귀결되는데 이렇게 되면 준조세나 다를 바 없어진다.
소득 기준으로 고용보험료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간 충돌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도 자영업자는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지만 보험료 산출을 소득 기준으로 하지 않고 월 급여액과 그에 따른 구직급여액을 임의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고용보험 가입률을 늘리기 위한 조치지만 지난해 자영업자의 고용보험 납입액은 총 131억원으로 전체의 1.1%에 불과한 수준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자영업자 외에도 임금근로자들조차 수입 감소를 우려해 고용보험에 가입하기를 꺼린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고용보험에 무조건적으로 편입할 경우 보험료 납입에 대한 조세저항과 기존에 고용보험료를 납입해왔던 근로자와의 형평 논란도 예상된다.
한편 이 장관은 “올해 중 관련 법 개정을 마무리해 특고·플랫폼노동자 및 예술인들이 내년부터는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이 고용보험법 개정 시간표를 분명히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에는 산재보험 적용 특고 업종 6개와 예술인만 포함돼 있어 플랫폼종사자의 고용보험 가입을 위해 21대 국회에서 법안이 추가로 수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종=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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