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레버리지·인버스 등 단기 투자에 유리하거나 변동성이 높은 국제 유가 상품을 집중 매수했던 개인들의 투자 행태가 이달 들어 바뀌고 있다. 증시 방향성이 모호해지면서 박스권 장세를 형성하자 경기 방어적 성격이 강하고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정유·화학업종과 금융업종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3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정유·화학업종 주식 7,81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 4일 이후 7거래일 연속 순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개인들은 20거래일동안 정유·화학업종 주식을 233억원 어치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여전히 개인들의 투자 ‘최애’ 업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버티고 있는 전기·전자업종(9,869억원)이지만 정유·화학업종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난 모습이다. 종목별로 개인들은 LG화학(051910)을 3,598억원어치 사들여 순매수 규모가 가장 컸으며 SK이노베이션(096770) 910억원, 롯데케미칼(011170) 888억원, S-OIL 405억원, 금호석유(011780)화학 301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정유·화학업종에 대한 개인의 관심은 급락하던 국제유가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데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인해 위축된 경제가 다시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 그리고 지난 급락장에서 주가가 과도하게 내렸지만 복원이 더뎌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올해 1·4분기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던 정유업체들이지만 증권가에서는 2·4분기 이후 ‘V’자형 회복을 전망하고 있다. 원가 부담이 줄어든데다 최근 유가 하락으로 대형 정유 프로젝트들이 축소되면서 앞으로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주가도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 정유주 대장주인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월 19일 5만7,300원까지 하락한 뒤 14일 현재 9만4,000원대로 60% 이상 올랐지만, 여전히 15만원대를 바라봤던 올해 최고가보다는 30% 이상 낮은 상황이다. 화학 대장주인 롯데케미칼 역시 올해 11만7,000원까지 떨어진 후 현재 18만5,000원 정도까지 회복했지만 21만원을 웃돌았던 올 초와는 여전히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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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유가 급락, 코로나19에 따른 휘발유·항공유 수요 급락, 글로벌 정유설비 과잉설비 부담 등의 악재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올해 하반기 정유사들의 주가 복원력이 빨라 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예상했다.
금융업종도 지난달에 이어 개인들의 매수세가 꾸준하다. 지난달 7,200억원어치를 순매수한 개인들은 이달 들어서도 7거래일 연속 순매수하며 5,781억원 어치를 사모았다. 대개 금리 인하 시기에는 은행의 마진이 감소해 실적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개인들은 앞으로의 개선세에 ‘베팅’을 하는 모습이다. 특히 핵심인 은행주가 단기 급락한 것이 과도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저가 매수 매력이 커진 것도 개인 매수세가 이어진 이유로 꼽힌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각종 우려가 은행주 가격에 과도하게 반영됐다는 인식이 확산될 것”이라며 “매크로 지표들이 우호적으로 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질 경우 현재 확대된 코스피 지수와의 낙폭 차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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