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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륵'이 된 스승의날…교사들 "코로나로 차라리 속편해"

코로나19로 인한 개학 연기로 학부모 민원 줄어

교총, 4년 연속 교권 침해사례 500건 넘게 접수

침해 주체 '학부모'가 절반 가까이 차지해

일부 교사 대안학교로 눈 돌리거나 휴직 고려

교권침해 보험 가입자수도 늘어나는 추세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한 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가 텅 빈 교실에서 학용품 주머니를 정리하고 있다./이호재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한편으론 마음이 편해요. 적어도 얼굴을 맞대고 상처받을 일은 없으니까요.”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담임교사로 근무 중인 박모씨는 15일 스승의 날을 앞두고 이같이 말했다. 코로나19로 학부모 민원이 현저하게 줄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지난해 학부모상담에서 신임교사라고 반말로 일관하거나 아이들이 학원에서 다툰 일로 밤늦게 학부모가 집으로 찾아와 따져 물은 적도 있다”며 그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코로나 사태 속에 스승의 날은 맞이한 일부 교사들은 학생들이 걱정된다면서도 한편으로는 간만에 한시름 놓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는 교사들의 권위가 나날이 추락하는 가운데 스승의 날이 ‘계륵’ 같은 날이 됐기 때문이다. 학생들로부터 감사의 인사를 받는 것은 반갑지만 카네이션조차 뇌물로 취급하는 사회 분위기 탓에 또 한번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 날로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 13일 발표한 ‘2019년도 교권보호 및 교직상담 활동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교권 침해로 인한 상담 건수는 513건으로 10여 년 전인 2008년(249건)과 비교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침해 주체’로는 학부모가 46.4%(238건)로 가장 많았다. 서울 한 중학교 교사 임모씨는 “학생 간 문제가 교사와의 상담으로 해결되기 전 학부모 간 소송으로 번지며 돌이킬 수 없게 틀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코로나로 최근엔 학생 간 갈등이 없었지만 좋아할 것만은 아닌 게 학교는 사회성도 기르는 곳이다. 하지만 개학한다고 흐름이 달라지진 않을 거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 정규 교사를 포기하거나 휴직을 고려하는 교사들도 늘고 있다. 지난 12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발표한 ‘교육이 가능한 학교 만들기 교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유·초·중·고교 교사 4만9,084명 중 교육 활동의 어려움으로 휴직·병가를 경험했거나 고려한 교사는 전체의 25%에 달했다. 경기도 한 대안학교 교사 이모씨는 “교생 실습 중 성희롱을 일삼는 아이가 있어 학부모님께 지도를 부탁하니 결혼도 안 한 교사가 뭘 아느냐는 식의 답이 돌아왔다”며 “이런 환경에서 교육활동이 가능할지 고민하던 중 교권을 존중해주는 학교가 있다고 들어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교육현장 실태를 반영하듯 교직원공제회의 자회사인 더케이손해보험의 ‘교권 침해 특약 보험금’ 지급 건수도 늘어났다. 지난 2018년 8건에 불과했던 보험금 지급 건수는 지난해 105건으로 증가했다. 더케이손보 관계자는 “학부모에 의한 피해 사례가 늘어나며 보험에 가입하는 교사들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교사들은 교육부가 앞장서 교권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선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2년간 교육활동의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경험으로 ‘과도한 행정업무와 잘못된 교육정책’(66.2%)이 가장 많았다. 세종시에서 교사로 근무 중인 박모씨는 “과정중심평가 등 민원으로 이어지기 쉬운 정책은 쏟아지는데 교권이 상실된 교실에서 교사가 할 수 있는 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한민구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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