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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는 왜 중국에 자신 있을까?…미중 갈등을 대하는 그들의 셈법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中, 글로벌 GDP의 15% 차지하지만

통화 국제화 안 돼 달러화와 차이 커

군드라흐 “4월에 찍은 국채만 1조달러”

中 경제는 ‘종이 호랑이’ 얕잡아 봐

월가, 자신들의 이해관계만 대변 유의해야

미중 갈등이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반도체 공급중단 방침에 중국 관영 매체들이 중국판 ‘블랙리스트’를 통해 애플과 퀄컴, 보잉 같은 미국 회사에 대규모 보복을 거론하고 있고 대만을 둘러싼 군사적 충돌 가능성마저 나옵니다.

세계 금융의 중심 월스트리트의 생각은 어떨까요. 월가에서도 미중 갈등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고 이것이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기본적으로 미중 갈등에 자신이 있습니다. 또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봅니다. 이유가 뭘까요.

월가에서는 미중 무역전쟁의 파급력을 걱정하면서도 이를 매우 심각하게 보지는 않는다. 금융·통화전쟁에서 중국이 미국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것이 미국의 수퍼파워이기도 하다. /로이터연합뉴스




위안화 결제 비중 미미…4월에 찍은 국채가 1조달러

신(新) 채권왕이라고 불리는 제프리 군드라흐가 16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나는 중국 정부가 자신들이 갖고 있는 1조달러 규모의 채권을 지렛대 삼아 보복할 수 있다는 보도를 보고 웃을 수밖에 없다. 미국이 4월에 발행한 국채만 1조달러다.”

그렇습니다. 지난 8일 ‘3분 월스트리트’ 코너에서 ‘중국이 미국채로 보복 어려운 세 가지 이유’를 전해드린 바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미 재무부는 2·4분기에만 3조달러의 국채를 찍을 예정인데 이런 상황에서도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최저 수준인 0.6%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죠.

군드라흐의 해석도 같습니다. 중국이 1조달러어치를 다 매각한다고 해도 미국 정부가 한 달이면 다 처리할 수 있는 양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뜻이죠.

위안화의 국제화가 안 된 것도 월가가 중국을 얕잡아 보는 이유입니다. 금융위기 때 주택시장 붕괴를 예고해 유명해진 카일 배스 헤이먼 캐피털매니지먼트 창업자는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이 15%지만 국제무역거래의 1%만이 위안화로 결제된다”며 “중국 경제는 종이 호랑이(paper tiger)”라고 강조했습니다.

중국은 원유를 사는데도 달러화가 필수라는 점도 월가가 자신감을 갖는 핵심 요소입니다. 당장 미국과 유럽의 서플라이체인(공급망) 재편에 따른 탈중국 현상이 본격화하면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자본유출과 실업률 상승으로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고 있기도 하고요.

시장에서는 미중 갈등보다 소비침체를 더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소매판매는 아마존 같은 기업에서의 온라인 판매를 빼고 모두 감소했다. /AFP연합뉴스


美 수출 의존도 낮아…최악의 소비·코로나 2차 유행이 더 치명적

월가에서는 미국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낮게 봅니다. RBC 캐피탈마켓의 애널리스트 마크 마하니는 미중 갈등에 대한 질문에 “기술 기업을 빼놓고 봤을 때 나는 중국과의 긴장이 아마도 가장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4월 소매판매 감소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했는데요.



미국 경제의 3분의2는 소비가 차지합니다. 소비가 무너지면 미국 경제 전체가 직격탄을 맞게 되는데요. 지난 15일(현지시간) 나온 4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16.4% 감소로 1992년 통계 집계 후 가장 크게 하락했습니다. 셧다운(폐쇄)에 따른 온라인 쇼핑 이외에는 모든 분야의 소매판매가 쪼그라들었습니다. 실제 미국 내에서는 118년 역사의 JC페니나 최고급 백화점 니만마커스 등이 파산보호 신청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기도 합니다.

최근 투자은행(IB) 에버코어가 내놓은 조사에서도 미중 갈등 비중은 상대적으로 떨어집니다. 현재 증시에 가장 위협적인 요소 가운데 첫 번째가 코로나 2차 유행이었고 증시 거품론이 2위였습니다. 미중 갈등은 세 번째였습니다.

리처드 클라리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의 말은 전체적인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그는 지난해 미중 무역갈등과 그에 따른 경기둔화 가능성에 “미국은 수출 의존도가 12%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소비가 핵심인 미국 경제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관계 악화는 감내할 수 있다는 얘기죠. 참고로 13일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와의 대담에서 장기침체 가능성을 언급한 제롬 파월 의장의 모두 발언에는 미중 무역갈등 얘기가 없습니다.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 내부. 월가가 중국을 얕잡아 본다고 해서 미국이 중국과 경제 전면전에 나서도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두 나라 사이의 갈등에 따른 결과는 상당 부분 저소득층과 노동자가 질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수출이 많은 나라들의 피해도 우려스럽다. /AP연합뉴스


월가의 이익, 국가 이해와 다를 수 있어

다만, 현실론도 커지고 있습니다. CNBC의 주식쇼 ‘매드머니’를 진행하는 짐 크레이머는 “나는 누구보다 중국에 매파”라면서도 “소비를 보라. 우리는 중국과 싸울 체력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여기에서도 미국에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라는 점이 드러납니다만, 어쨌든 그는 현상황에서 중국과 경제전쟁을 벌이면 엎친 데 덮친 격이 된다고 걱정합니다.

실제 미국 입장에서는 14억명에 달하는 주요 수요처를 잃게 됩니다. 중국 매출 비중이 18% 안팎인 애플 같은 주요 기업의 피해가 예상됩니다. 코로나발 경기침체를 빠르게 벗어나기 위해서는 중국의 수요(1단계 무역합의로 2년 간 2,000억달러 미국산 제품 구매 약속)도 필요합니다.

의료물품과 국방물자, 반도체 등의 공급망을 미국으로 가져올 수는 있겠지만 모든 기업을 리쇼어링(제조업의 본국 회귀)하거나 다른 나라로 이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유럽의 경제기관차인 독일마저 경기침체에 빠져든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입니다.

중요한 것은 월가의 이익이 국가나 다른 계층의 이해관계와는 다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제너럴모터스(GM)에 좋은 것이 미국에도 좋은 것이라는 말이 있지만 월가에 좋은 것이 미국에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월가의 탐욕에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 피해를 준 2008년 금융위기가 대표적이죠.

월가는 미중 경제전쟁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고 심지어 더 많은 돈을 벌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소득층과 노동자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일자리 급감에 관세인상에 따른 부담도 커질 것입니다. 미 정치권 역시 이 부분을 고려할 것입니다. 중국이 미 국채 매각 같은 보복조치를 할 수 없다고 해서 미국이 중국과 경제전쟁을 해도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월가의 시각은 미중 갈등의 앞날을 판단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곤란합니다. 미중 경제전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더 그렇습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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