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수소자동차에서부터 무인기(비행드론), 인공위성, 한국의 전략잠수함 장보고-III에 이르기까지 육·해·공과 우주에서 각종 첨단장비가 작동하려면 에너지를 만들 심장 역할을 할 연료전지가 필요하다. 근래에는 스마트폰 충전기 등 실용생활분야에서까지 연료전지의 상용화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료전지 내부의 연료물질을 화학반응시켜 전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기존의 백금촉매는 고효율이지만 희소해 비싸고, 이를 대체할 비백금계 촉매는 제조공정이 복잡하거나 효율이 낮은 한계를 안고 있었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할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GIST)은 본원의 박찬호 융합기술학제학부 교수팀이 백금보다 저렴한 고성능 비백금계 촉매를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해당 촉매는 철과 질소를 원소로 가지는 화합물(철·질소 전구체)을 구멍이 송송 뚫려 있는 공 모양의 실리콘 산화물(다공성 구형 실리카)에 담은 뒤 고온으로 가열해 탄소가 풍부한 물질로 탄화시키는 나노주형법을 통해 제조됐다. 그 결과 염기성 조건에서 산소환원반응 촉매로서 우수한 성능을 확인했다는 게 지스트측 설명이다.
해당 촉매가 백금보다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는 비결 중 하나는 입자크기를 최적의 크기로 소형화 것이다. 해당 촉매의 구성물질인 탄소 입자의 크기 적정 수준으로 작을 수록 전해질과 접촉하는 면적이 증가해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산소환원반응이 촉진됐다. 박 교수팀은 촉매 제조공정에서 실리카 주형물질을 사용함으로써 이 같은 입자 크기 조절을 할 수 있었다.
이번 성과는 향후 차량용 및 발전용, 가전용 연료전지 등에 폭넓게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지스트는 내다봤다. 박 교수는 “본 연구는 음이온 전해질막 수소연료전지에 적용될 수 있는 비백금계 산소 환원 촉매를 개발하였다는데 가장 큰 의의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향후 저렴한 신규 산소환원반응 촉매 개발을 통해 수소 연료전지 단가 절감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며 광범위한 상용화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11일 응용화학분야 국제 학술지인 ‘저널 오브 에너지 케미스트리(Journal of Energy Chemistry) 온라인판으로 게재됐다. 연구팀에는 이지연 석사 및 김종경 석박사통합과정 학생이 참여했다. 연구 지원은 한국연구재단 기후변화대응기술개발사업을 통해 이뤄졌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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