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지난해부터 대부업체들이 줄줄이 신규 대출을 중단한 가운데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거절당해 사채 등 불법 사금융으로 흘러들어간 사람들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시행된 저신용자 대상 정책금융상품인 ‘햇살론17’ 등이 이들을 흡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민금융연구원은 20일 지난해 대부업을 이용한 6등급 이하 저신용자 가운데 불법 사금융시장으로 신규로 이동한 사람 수는 8만9,000~13만명으로 추정했다. 이는 전년 규모인 26만~44만명과 비교하면 3분의 1에 불과하다. 지난해 불법 사금융으로 이동한 금액도 1조5,000억~2조3,000억원으로, 전년(3조4,000억~5조8,0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안용섭 서금원 부원장은 이날 은행회관에서 열린 강연에서 “불법 사금융 이동 수와 금액이 전년보다 감소해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그 규모가 작지 않다”며 “실제 불법 사금융 규모는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업 신규대출 거절에도 불법 사금융 이동률이 감소한 이유로 정책 서민금융이 확대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상품은 햇살론17으로, 정부가 3,807억원을 조성했다. 다수의 저신용자들이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이후 사채 등에 손대기보다는 정책금융의 문을 두드렸다는 얘기다.
정부 차원에서 한국형 소액 대부시장을 구축하는 등 대부업계의 건전한 육성을 통해 불법 사금융 시장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금융 소외계층의 대출 수요가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부정적인 시각에서 규제만 적용할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측면을 인정하고 단기 소액 대부업 등 건전한 방향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역시 투명성과 심사능력 제고 등을 통해 금융소비자의 신뢰도를 높이는 노력도 뒷받침돼야 제도권 서민금융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잇따랐다.
조성목 서금원장은 “기존 대부업 신용평가 정보로는 저신용자에 대출을 내주는 것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신용평가 모델 업그레이드를 통해 저신용자들이 사채 시장으로 내몰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