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1일 가계 소득과 지출 부문을 통합한 올 1·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내놨다. 지난 2018년 표본 논란을 빚으면서까지 가계의 소득과 지출 관련 통계 틀을 바꾼 후 첫 조사 결과다. 하지만 이번 역시 주요 항목의 시계열 비교가 불가능해 정부가 ‘누더기 통계’를 생산해 통계 불신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독 현 정부 들어서 통계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35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늘었다. 반대로 지출은 같은 기간 4.9% 줄어든 394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통계청은 “소득이 3.7% 늘어난 것은 비(非)경상소득이 79.8% 크게 늘어난 영향”이라면서 “코로나19 여파로 희망퇴직이나 조기 퇴직이 늘었고, 그에 따라 퇴직수당이 늘면서 비경상소득도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비경상소득은 지난해 1분기 8만4,000원이었지만 올해는 15만1,000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문제는 주요 항목에 대해 과거와 견줘 지표의 추이를 파악할 수 있는 시계열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시계열 비교는 전반적인 흐름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정책 결정에 중요한 참고 기준이 된다. 가계동향조사의 핵심 지표라고 할 수 있는 처분가능소득 기준 5분위 배율이 대표적이다. 소득 분배 불평등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5분위 배율은 올 1분기 5.41배를 기록했다. 상위 20%(5분위)의 소득이 하위 20%(1분위)보다 5.41배 많다는 의미다. 통계청은 지난해 1분기 5분위 배율을 5.18배로 제시했다. 하지만 2019년과 2020년 5분위 배율은 과거와 다른 통계 조사 방식과 표본으로 작성된 탓에 2018년 이전과 단순 비교가 불가능하다. 이전에는 농림어가 제외 약 8,700가구를 대상으로 했고, 2019년 이부에는 농림어가를 포함한 7,200가구로 했다. 과거에는 경제활용인구 조사 때도 쓰는 다목적 표본을 활용했고 이번에는 가계동향조사용 전용 표본을 쓴 것도 차이다.
이처럼 통계청이 시계열 비교도 안 되는 국가 통계를 내놓은 이유는 입맛에 맞는 통계를 보고자 가계동향조사 통계 작성 방침을 두고 ‘이랬다 저랬다’했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는 2017년을 끝으로 가계동향조사 소득부문 조사를 없애고, 대신 국세청 등의 행정자료로 보완한 가계금융복지조사(가금복)로 통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소득주도 성장 효과를 홍보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여권에서 제기됐고, 결국 통계청은 가계동향조사 소득부문 폐지 계획을 접었다. 그 과정에서 표본을 5,500가구에서 8,000가구로 늘렸다.
하지만 이후 2018년 1분기와 2분기 소득분배 지표가 역대 최악으로 악화한 것으로 나타나자 이번에는 표본 선정을 이유로 ‘통계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때문에 황수경 당시 통계청장이 경질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현 강신욱 청장이 부임하면서 표본이 7,200가구로 변경됐고, 소득과 지출을 다시 합친 가계동향조사로 개편됐다. 문 정부 들어 3년간 같은 조사를 놓고 통계 기준이 두 차례나 바뀌면서 시계열 단절이 생겼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시계열 단절 논란에 이날 브리핑에서 “기존 통계를 끊는 방식이 아니라, 중단될 것을 재개하면서 개선한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해명했다.
통계청은 앞선 지난 7일 ‘2019년 연간지출 가계동향조사’ 발표 때도 “표본 체계와 조사 방법이 바뀌었기 때문에 2019년 통계를 이전과 비교할 수 없다”고 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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