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홍콩보안법 유탄 맞는 K반도체

中, 홍콩국가보안법 제정 강행에

美 '홍콩 무역 특별지위' 박탈 경고

韓, 對중국 수출 우회경로 끊어져

달러 결제 못해 '빅마켓' 잃을 판

홍콩이 미중 갈등의 뇌관으로 급부상하면서 홍콩을 대(對)중국 수출경유국으로 활용해온 반도체 산업에 불똥이 튀었다. 미국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강행을 저지하기 위해 무역과 투자 등과 관련해 홍콩에 부여했던 특별지위를 박탈하겠다는 경고가 현실화할 경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메모리반도체의 중국 수출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홍콩에 대한 미국의 제재조치 현실화는 지난해 홍콩 송환법(범죄인인도 법안) 사태로 차질이 발생한 화장품·가공식품 등 소비재 제품의 수출은 물론 홍콩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관련기사 3면

26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홍콩 수출품목 1위인 반도체 수출금액은 지난해 기준 222억8,700만달러로 전 세계 수출물량 가운데 17.3%를 차지했다. 이 중 80%가량이 메모리반도체다. 홍콩에 수출된 물량은 90% 이상이 중국으로 재수출됐다. 홍콩이 대중국 반도체 수출경유지가 된 것은 달러화 결제가 가능하다는 점과 최대 17%에 달하는 증치세(부가가치세) 환급이 홍콩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중국 본토 반도체 거래의 경우 외국 기업은 증치세 환급이 어려워 납품단가가 높아질 수 있다.

반도체 업계는 미국이 홍콩 제재를 본격화해 홍콩 내 대리점들이 철수할 경우 필요 물량을 선전 등으로 직수출해 공급 차질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자국 기술이 적용된 제품의 중국 수출을 막는 등 중국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경우 홍콩 경유를 통해 피했던 미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국내 산업계는 홍콩 제재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수출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한다. 실제로 지난해 송환법 반대시위의 여파로 홍콩 공항 등이 한때 마비되자 우리나라의 대홍콩 수출은 30.6% 감소한 319억1,300만달러를 기록했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미중 갈등이 홍콩으로 다시금 번지면서 반도체 업계에도 유탄이 떨어졌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넛크래커 처지가 된 반도체 업계는 홍콩을 경유국으로 활용하기 어려워질 경우 중국으로의 직수출이 불가피하다. 이럴 경우 미국의 견제를 어떻게 견뎌낼지가 문제다.

2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홍콩이 그동안 누려온 특별지위를 미국이 박탈하겠다고 나서면서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과 중국 양쪽으로부터 암묵적인 투자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최대 소비처인 중국 수출에도 빨간불이 켜질 경우 실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홍콩은 ‘반도체 코리아’의 주요 4대 수출국 중 하나다. 지난해 222억8,700만달러(약 27조5,133억원)어치의 물량이 홍콩으로 수출됐고 이 가운데 90% 이상은 중국으로 재수출됐다. 화웨이·오포·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대부분 홍콩을 경유하는 메모리반도체 물량의 주요 고객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가 중국으로의 직수출이 아닌 홍콩을 경유해 반도체 물량을 간접 수출하는 방안을 오랫동안 고수해온 것은 거래 편의성과 절세 혜택 등 공급 업체와 구매 업체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우선 결제통화의 문제다. 수요와 공급에 민감하게 가격이 널뛰는 반도체는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달러화를 기준으로 가격이 책정돼 거래가 이뤄진다. 하지만 중국은 외환관리법상 5만달러 이상을 거래할 경우 외환국 승인을 받아야 해 수출입 업체에는 부담이다. 이 때문에 중국과 가까우면서도 달러화로 거래할 수 있는 홍콩에 반도체 현물시장이 발달했다. 반도체 수요가 높은 선전이나 광저우보다 항공편이 발달한 것도 홍콩이 중국 반도체 수출의 전초기지가 된 이유다. 항공편을 통해 홍콩으로 들어간 반도체는 중국 대리점 등을 통해 정보기술(IT) 도시인 선전을 거쳐 중국 전역으로 판매된다.

결제 통화의 편의성뿐 아니라 납품 단가를 낮추기 위한 중국 고객사들의 의지도 반영됐다. 중국에서 반도체 거래는 관세보다 증치세(부가가치세)가 부담이다. 중국 기업의 경우 환급이 바로바로 이뤄지지만 외국 기업은 증치세 환급이 어렵다. 증치세 환급이 늦어지고 자칫 환급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그대로 가격에 반영돼 중국 수입 업체들의 비용부담으로 이어진다. 중국 대리점 업체들은 홍콩에서 반도체를 받는 것으로 계약한 후 자체 네트워크를 통해 중국 본토로 반도체를 들여가고 증치세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에 반도체 등 IT 수출 제품 등이 싣고 있다. 반도체 등은 항공 운송 후 홍콩을 거쳐 중국 본토로 다시 수출된다. /서울경제DB


하지만 미국이 홍콩에 대해 제재를 가할 경우 이 같은 수출 방식에는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는 사태 추이를 지켜보면서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홍콩 제재가 현실화할 경우 홍콩을 경유하지 않고 선전을 포함해 중국으로 직수출하는 방안을 활용할 수 있다”며 “공급 방식을 바꾸게 되면 물류비 등의 부담은 일부 증가할 수 있겠지만 공급 차질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수출로 방식을 바꾸게 되면 중국 업체 입장에서는 화웨이가 아닌 오포·비보 등 수입 물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곳일수록 재고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계는 직수출 시 미국의 감시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과 중국 양쪽으로부터 투자를 암묵적으로 강요받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으로 직수출 물량이 늘어나는 것은 경제적 부담보다 정치적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강내영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미국의 홍콩 특별지위 박탈 경고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변수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중국 압박 수위가 예년과 달리 강해지고 있어 현실화할 가능성도 일부 있다”며 “국내 반도체 물량이 중국으로 직수출될 경우 미중 갈등 리스크에 바로 노출된다는 정치적 부담이 높아지고, 현재 미국의 제재가 시스템반도체에 국한돼 있지만 메모리반도체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11월 대선까지는 미중 갈등 구도가 심화되겠지만 그 이후 지난해처럼 미국과 중국이 극적 합의를 이룰 가능성도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