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대표 특산품인 대문어를 양식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은 대문어로부터 알을 받아 부화시킨 뒤 국내 최초로 바닥생활 단계(부화 후 99일, 전장 23㎜)까지 길러내는데 성공했다고 27일 밝혔다.
차가운 물을 좋아하는 성질을 가진 대문어는 다른 문어와 달리 짙은 적색을 가진다. 보통 30~50㎏, 최대 270㎏까지 성장하는 대형문어로 1㎏당 4만~6만원 사이에 거래된다. 최근 1㎏ 이하 작은 개체가 남획되면서 급격히 자원이 감소해 양식기술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대문어 인공종자 생산기술은 개발 난이도가 높아 전 세계적으로 성공 사례가 드물다. 미국과 일본도 각각 1986년, 1973년에 한 마리씩 생산하는데 그칠 정도로 양식이 어려운 생물로 꼽힌다. 알에서 부화한 유생은 물속을 떠다니는 부유생활을 하다가 바닥으로 내려가는데 대부분 바닥으로 내려가면서 죽기 때문에 이를 넘기는 것이 생산 핵심이다.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는 2018년부터 대문어 인공종자 생산기술 개발 연구를 추진했다. 건강한 유생을 얻기 위한 철저한 어미 관리, 사육 시스템 개선, 유생 먹이 다양화 등 시도 끝에 바닥생활 단계까지 길러내는데 성공했다.
대문어 어미는 알을 낳으면 6~7개월 동안 먹이를 먹지 않은 채 알을 보살피는 등 모성애가 강하고, 보통 알이 부화하면 생을 마감한다. 동해수산연구소는 어미 개체에 대한 철저한 영양보충과 스트레스 관리 등을 통해 알이 원활하게 부화할 수 있도록 했다. 생태환경 변화로 폐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자연 산란장과 최대한 비슷한 사육시스템을 조성하기도 했다.
이번 연구에서 바닥생활 단계까지 갔던 대문어 유생은 어린 대문어로 자라지 못하고 99일째 폐사했지만, 바닥생활 단계까지 키울 수 있는 기술을 축적할 수 있었다. 엄선희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장은 “대문어 인공종자 생산 연구를 시작한 지 3년 만에 매우 고무적인 성과를 얻었고, 이를 발판으로 대문어 수산자원 인공종자 생산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조지원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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