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해고노동자 김용희씨가 삼성과의 합의로 고공농성을 중단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앞으로 보다 겸허한 자세로 사회와 소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역 사거리 교통 폐쇄회로TV(CCTV) 철탑 위에서 복직을 요구하며 355일째 농성 중인 김씨는 29일 농성을 마쳤다.
삼성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김씨의 농성 문제가 양측의 합의에 의해 지난 28일 최종 타결됐다”며 “회사는 김씨에게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지 못한 데 대해 사과의 뜻을 밝히고 김씨 가족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전했다”고 밝혔다. 삼성은 또 “그동안 시민의 생명과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해 인도적 차원에서 대화를 지속했다”면서 “뒤늦게나마 안타까운 상황이 해결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1982년부터 창원공단 삼성항공(테크윈) 공장에서 일하던 김씨는 1995년 5월 말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삼성을 상대로 사과와 명예복직 등을 촉구하는 시위를 해왔다.
재계에서는 이번 합의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달 6일 경영권 승계, 노조, 시민사회와의 소통 문제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한 뒤 나온 구체적인 첫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부회장은 당시 회견에서 김씨 문제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삼성의 노조 문제로 상처를 입은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노사 화합과 상생을 도모해 건전한 노사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또 “외부의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하겠다”면서 “낮은 자세로 먼저 한걸음 다가서고 사회의 다양한 가치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달 6일 이 부회장이 노조 및 시민단체와 관련해 밝힌 전향적인 입장과 변화에 대한 의지가 삼성의 협상 실무자들에게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도 이번 합의에 대해 환영 입장을 밝혔다. 준법감시위는 3월 삼성피해자공동투쟁과 면담을 하는 등 문제 해결을 촉구해왔다.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은 “합의 과정에 직접 관여하신 분들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합의 성사를 위해 애쓰신 분들께 감사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삼성은 삼성을 둘러싼 난제 해결에 적극 나서며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삼성은 2018년 2월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뒤 반도체 라인 백혈병 분쟁 합의,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직원 직접고용, 순환출자 해소 등 그동안 논란이 있었던 난제들을 속속 해결하고 있다. 이번 김씨와의 합의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재용기자 jy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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