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조선업계 ‘최대어’인 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LNG)선 100척 발주가 마침내 현실화했다. 지난달 1차 수주(16척) 첫 테이프는 중국 조선소가 끊었지만, 추가 대규모 물량은 국내 조선3사(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010140), 대우조선해양(042660))의 몫으로 돌아갔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유가급락으로 업황이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국내 조선3사가 LNG선으로 부활의 뱃길을 연 것이다.
카타르 페트롤리엄(QP)은 1일 한국 조선3사인 현대중공업그룹,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과 LNG선 발주 관련 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QP는 2027년까지 조선3사의 LNG선 건조슬롯(도크)을 확보했다. 금액은 23조6,000억원에 달한다. LNG선 한 척의 선가가 2,200억원대임을 고려하면 103척 가량이 발주된 것이다. 다만 QP 및 각 업체는 업체별 할당된 수주량은 밝히지 않고 있다.
LNG 생산량 세계 1위인 카타르는 지난 2004년 이후 LNG와 관련해 이렇다 할 신규 투자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유럽 등 전 세계에서 강화된 환경 기준 때문에 LNG 수요가 늘자 생산 설비 증설과 동시에 이를 운반할 LNG선 발주에 나섰다.
카타르의 LNG선 수주전에서 한국 조선업체들이 대규모 물량을 가져갈 수 있게 된 것은 압도적인 LNG선 건조력 때문이다. LNG선은 1980년대까지만해도 일본이 주름잡던 시장이었지만, 한국 업체들의 ‘디테일’에 판세가 뒤집혔다. LNG선의 ‘화물창’ 타입이 일본을 앞지를 수 있는 발판이 됐다. 일본은 선체에 공 모양의 화물창 수 개를 실어놓은 형태인 ‘모스’ 타입의 LNG운반선으로 1980년대를 장악했지만 국내 조선소들은 선체와 화물창을 일체화한 ‘멤브레인’ 타입을 개발해 격차를 단숨에 좁혔다. 선주들은 모스보다 적재 용량이 40% 더 큰 멤브레인을 선호하며 한국은 1990년대 후반부터 세계 시장을 지배했다. 자연 발생하는 증발가스를 100% 액화, 화물창에 집어넣는 ‘완전재액화시스템(FRS)’도 한국 조선산업이 LNG운반선에서 초격차를 유지하는 모멘텀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의 LNG선 경쟁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은 중국 조선소들이다. 건조 기술력은 뒤처지지만, 선박금융을 등에 업고 추격하고 있다. 업계의 예상을 깨고 카타르의 1차 발주 물량을 중국 후동중화조선이 가져갈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은행들은 자국 조선소에서 건조되는 선박의 경우 선가의 60%에 대해 금융을 제공하고 있다. 해양플랜트는 건조 비용의 80%까지 지원한다. 중국 수출입은행의 경우 중국 내 건조 비중이 50%가 넘는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선수금 대출을 해주고, 중국 내 건조 비중이 15% 이상일 경우 연지급 방식의 대출을 지원하고 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수출입은행이 카타르의 LNG선 발주에 금융지원을 약속했을 것”이라며 “코로나19와 경기둔화 우려 등 자금 압박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같은 지원을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조선업계가 이번 카타르 수주로 한숨을 돌렸지만, 완전한 부활을 선언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2022년 이후 LNG선 발주 사이클이 지속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며 “현재 가시성이 높은 LNG프로젝트의 88%를 점유한 미국이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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