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가 8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한 디플레이션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석유류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진 영향이 가장 컸고, 고교 무상교육 실시 등으로 공공서비스 물가가 내린 점도 영향을 미쳤다. 서비스물가는 0.1% 상승해 1999년 이후 21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다만 통계청은 석유가격 하락 등 공급측 요인에 따른 물가 하락이어서 디플레로 평가하긴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0.3% 감소했다. 지난해 9월 -0.4% 이후 8개월 만이다. 서비스물가는 0.1%, 외식물가는 0.6% 상승에 그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3월 1%대로 올라섰지만 4월에는 저유가와 서비스 수요 감소로 0.1%로 떨어졌다.
5월에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국제유가 하락과 고교 납입금 지원 등이 작용한 영향이다.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에 따라 공업제품도 하락했다. 특히 체감물가를 파악하기 위해 전체 460개 품목 가운데 자주 구매하고 지출 비중이 큰 141개 품목을 토대로 작성한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보다 0.7% 내려갔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심의관은 “석유류 등 휘발류, 고교 납입급 등 전체 지수보다는 생활물가에 차지하는 비중이 큰 품목 비중이 많이 낮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류·조개·채소·과실 등 기상 조건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0개 품목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신선식품지수는 신선어개(8.9%), 신선채소(9.8%) 상승 등으로 인해 3.4% 올랐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0%대를 이어갔다.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따른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0.5% 상승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전년 대비 0.1% 올랐다. 지난달과 같은 수준으로 1999년 12월(0.1%) 이후 20년 4개월 만에 최저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