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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에 '헬기 위협' 트럼프, 보수층엔 성경 들고 "법 수호"

['흑인 사망' 시위 격화...혼돈의 美]

대선 앞둔 트럼프 '시위 길어지면 경기회복 발목' 조바심

백악관 인근 교회서 "엄단"...주지사에 "제압 못하면 얼간이"

뉴욕 '통금'에도 수천명 몰려, 분노 수그러질지는 미지수

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조지 플로이드 사망과 관련해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주 방위군과 대치하고 있다. 이날 LA 한인타운에는 항의 시위가 시작된 후 처음으로 캘리포니아 주 방위군 병력 30여명이 전격 투입돼 경계에 나섰다./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갑작스럽게 백악관 인근의 세인트존스교회를 찾았다. ‘대통령의 교회’라고 불리는 이곳은 지난밤 시위에 불길이 치솟았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성경을 들고 기념촬영을 했다. 그러면서 “강해질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에 앞서 경찰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 길을 열기 위해 최루탄과 고무탄을 쏴가며 시위대를 밀어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대의 공격을 받은 장소를 찾은 것 자체가 강경 진압을 선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 경제방송 CNBC는 “이날 행보는 사태 진압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성경을 들고 “법과 질서의 대통령”이라고 강조한 것을 두고 보수층을 붙들기 위한 의도된 정치적 연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이날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관련 항의 시위를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수위는 매우 높았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용한 모든 연방자산과 민간인·군대를 동원하겠다”며 “이런 행동은 평화적 집회가 아니라 테러행위다. 테러를 조직한 자들이 중범죄 처벌과 감옥에서 긴 형량에 직면할 것임을 알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법과 질서의 수호자임을 부각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 전 주지사들과의 화상회의에서는 “여러분이 제압하지 못한다면 한 무리의 얼간이로 보일 것” “여러분 대부분은 너무 나약하다”고 지적하고 TV를 통해 비친 폭력과 약탈 장면을 두고 “인간 쓰레기”라고 비난했다.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를 ‘폭도’ ‘약탈자’ ‘무정부주의자’ 등으로 부르며 강경한 입장을 드러내 왔지만 이날 이후로 더 이상 과격시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는 대선이 5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시위가 계속될 경우 경기회복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활동 재개로 조금씩 살아나던 소비심리도 다시 얼어붙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는 곧바로 시행됐다. 이날 워싱턴DC에 투입된 미 육군 블랙호크 헬기가 차이나타운 주변에 모인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건물 옥상 높이까지 내려와 위협비행을 했다. 이 때문에 시위대가 주변으로 흩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는 전장에서 상대방에게 겁을 줘 쫓아버릴 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정부가 폭동진압법을 검토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폭동진압법이 발동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주지사의 요청 없이도 시위 현장에 연방군을 투입할 수 있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주정부 및 지방정부와 공조해 폭력과 약탈 문제를 다루는 중앙지휘본부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본부에는 마크 밀리 합참의장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참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력 대응 책임자로 밀리 합참의장을 지명했다고 밝혔다. 군이 상황을 통제하겠다는 뜻이다. 미 법무부도 워싱턴DC와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연방교도국 소속 교도소 폭동진압인력을 배치하라고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 진압 방침을 밝혔지만 시위가 곧바로 수그러들지는 미지수다. 이번 시위가 단순히 흑인 차별에 대한 분노뿐 아니라 소득불균형·실업대란 등 사회 구조적 문제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이번 시위가 ‘흑인 사망’ 때문만은 아니라며 “실업자로 전락한 4,000만명의 분노”가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벌어진 시위 도중 경찰이 약탈 용의자의 목을 무릎으로 눌러 진압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온라인에서 퍼지면서 시위대는 더욱 격해졌다. 플로이드를 숨지게 한 방식과 같기 때문이다. 이날 미네소타주 헤너핀카운티 검시관은 플로이드의 사인이 “경찰관의 제압과 억압, 목 압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심폐 기능의 정지”라며 그의 죽음을 명백한 살인으로 분류해 시위대의 분노를 키웠다.

애틀랜타 CNN 본사 앞에서도 통행금지 시간 이후 시위가 계속돼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해산에 나섰다. 뉴욕 브루클린에서는 통금에도 불구하고 수천 명이 모여 평화시위를 벌였다.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동상을 무너뜨리려 시도하자 경찰은 최루탄을 발사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에 캘리포니아 주 방위군이 전격 투입됐다. 무장 병력 30여명이 이날부터 한인 쇼핑몰 갤러리아를 비롯한 3~4곳에 배치돼 경계에 들어갔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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