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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조선, LNG선 '멤브레인' 기술력 압도..정부 협력도 한몫

■ '카타르 23조 수주 대박' 비결은

완전재액화시스템 등 앞세워 中 추격 따돌려

산업부도 지난해부터 고위급 접촉..수주 힘보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일 서울 롯데호텔 에메랄드룸에서 사드 셰리다 알카비 카타르 에너지 장관, 칼리드 빈 칼리파 알타니 카타르가스 최고경영자(CEO), 가삼현 현대중공업 대표,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대표 등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카타르 LNG운반선 슬롯예약계약 MOA 서명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지난 1일 오후 서울 롯데호텔 에메랄드룸. 이성근 대우조선해양(042660) 사장과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가삼현 한국조선해양(009540) 사장 등 국내 조선업계를 대표하는 경영진들의 시선이 한쪽 벽면을 꽉 채운 화상화면에 고정돼 있었다.

화면에 등장한 사드 셰리다 알카비 카타르페트롤리엄(QP) 최고경영자(CEO) 겸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이 입을 열었다. “건조 슬롯(도크) 예약 세리머니를 개최하게 돼 기쁩니다.” 23조여원에 달하는 올 조선업계 ‘최대어’인 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LNG)선 100척 수주가 현실화하는 순간이었다. 지난달 1차 수주(16척) 첫 테이프는 중국 조선소가 끊었지만 추가 대규모 물량은 국내 조선3사(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의 몫으로 돌아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유가급락으로 업황이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국내 조선3사가 LNG선으로 부활의 뱃길을 연 것이다. 알카비 장관은 이어 알파벳 순서대로 대우조선해양,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의 대표이사들과 차례대로 화상을 통해 약정서 체결식을 진행했다.

QP는 이날 협약으로 오는 2027년까지 조선3사의 LNG선 건조슬롯(도크)을 확보했다. 금액은 23조6,000억원에 달한다. LNG선 한 척의 선가가 2,200억원대임을 고려하면 103척가량이 발주된 것이다. 다만 QP 및 각 업체는 업체별 할당된 수주량은 밝히지 않았다. LNG 생산량 세계 1위인 카타르는 2004년 이후 LNG와 관련해 이렇다 할 신규 투자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유럽 등 전 세계에서 강화된 환경 기준 때문에 LNG 수요가 늘자 생산설비 증설과 동시에 이를 운반할 LNG선 발주에 나섰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사진제공=현대중공업


이날 협약식은 ‘철통 보안’ 속에 진행됐다. QP 측이 국가적 규모의 계약에 조금의 문제라도 생길까 우려해 보안 유지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에 QP 측과 일정을 조율한 산업통상자원부는 성윤모 산업부 장관의 행사참석 동선을 비공개하기도 했다.

카타르의 LNG선 수주전에서 한국 조선업체들이 대규모 물량을 가져갈 수 있게 된 것은 압도적인 LNG선 건조력 때문이다. LNG선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이 주름잡던 시장이었지만 한국 업체들의 ‘디테일’에 판세가 뒤집혔다. LNG선의 ‘화물창’ 타입이 일본을 앞지를 수 있는 발판이 됐다. 일본은 선체에 공 모양의 화물창 수 개를 실어놓은 형태인 ‘모스’ 타입의 LNG운반선으로 1980년대를 장악했지만 국내 조선소들은 선체와 화물창을 일체화한 ‘멤브레인’ 타입을 개발해 격차를 단숨에 좁혔다. 선주들은 모스보다 적재 용량이 40% 더 큰 멤브레인을 선호하며 한국은 1990년대 후반부터 세계 시장을 지배했다. 자연 발생하는 증발가스를 100% 액화해 화물창에 집어넣는 ‘완전재액화시스템(FRS)’도 한국 조선산업이 LNG운반선에서 격차를 유지하는 동력이기도 하다.



정부 지원이 시기적절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산업부는 지난해 카타르 도하에서 고위급 전략협의회를 갖는 등 이번 LNG선 수주에 힘을 보탰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 간 경제협력 등 ‘고공지원’ 덕분에 수주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내 조선업계는 이번 카타르 수주를 통해 중국의 거센 추격을 뿌리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은 건조 기술력은 여전히 한국에 밀리지만 선박금융의 도움으로 한국을 턱밑까지 쫓고 있다. 업계의 예상을 깨고 카타르의 1차 발주물량을 중국 후둥중화조선이 가져갈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은행들은 자국 조선소에서 건조되는 선박의 경우 선가의 60%에 대해 금융을 제공하고 있다. 해양플랜트는 건조 비용의 80%까지 지원한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수출입은행이 카타르의 LNG선 발주에 금융지원을 약속했을 것”이라며 “코로나19와 경기둔화 우려 등 자금 압박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 같은 지원을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조선업계가 이번 카타르 수주로 한숨을 돌렸지만 완전한 부활을 선언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2022년 이후 LNG선 발주 사이클이 지속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며 “현재 가시성이 높은 LNG 프로젝트의 88%를 점유한 미국이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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