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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획일적 규제로 기업들 시장 떠나...코스닥 살릴 당근책 내놔야"

■정재송 코스닥협회 회장

시장개설 후 코스피로 옮긴 기업 96곳...시총 합치면 161조 달해

규제 유예·세제혜택 확대 등 시장에 남을 '확실한 메리트' 필요

연기금 코스닥 비중 2.8% 불과...투자확대 유도할 방안도 시급

정재송 코스닥협회장./오승현기자




161조7,203억원. 코스닥시장에서 코스피시장으로 이전 상장한 기업의 현재(6월1일 기준) 시가총액을 합친 금액이다. 지난 1996년 7월1일 시장 개설 이후 코스닥에서는 총 96개 기업이 코스피로 옮겨갔다. 이 중 상장 폐지되거나 타 기업에 흡수합병된 20개 기업을 제외하고 현재까지 남아 있는 기업은 총 76곳이다. 이들 가운데는 코스피 시총 상위를 차지하는 소위 ‘잘 나가는’ 기업도 여럿 있다. 네이버(NAVER)·셀트리온·카카오·엔씨소프트 등 혁신기업으로 불리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폭락장에서도 굳건한 성장세를 보인 코스피 상장사의 대다수가 코스닥시장에서 성장기를 거쳤다. 벤처기업의 상징 격인 이들이 코스닥시장에 남아 있었다면 어땠을까. ‘코스피 2군’이 아니라 ‘기술주 중심’인 코스닥시장의 성장을 원하는 코스닥협회로서는 이 같은 선례가 상당히 아쉬운 대목이다. 정재송 코스닥협회 회장이 “혁신기업이 코스닥시장과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발전하려면 코스닥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하고 코스닥시장의 역동성을 키워줘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다. /대담=한영일 증권부장 hanul@sedaily.com

그동안 정부 정책의 초점이 시장 건전성에 맞춰지면서 코스닥시장에 제공됐던 혜택은 하나둘씩 사라졌다. 코스닥 중소기업은 코스피의 대기업과 같은 잣대로 평가받게 됐고 오히려 역차별적인 규제 강화로 적절한 평가가 이뤄지지 못한다고 생각한 기업들은 코스피시장으로 옮겨가는 상황이 반복돼왔다. 서울 여의도 코스닥협회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난 정 회장은 “진정한 코스닥시장 활성화는 좋은 기업들이 빠져나가지 않고 누구나 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하도록 시장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며 “결국 특성에 맞게 시장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코스닥협회는 코로나19로 가중된 코스닥 기업의 피해를 극복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 대응을 올해의 최우선과제로 꼽았다. 실질적인 목표는 협회가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코스닥시장 활성화 정책 입법화다. 협회는 20대 국회에서 사업손실준비금제도, 이월결손금 공제기한 확대, 연구개발(R&D) 비용의 세액공제 혜택, 스톡옵션 과세시점 이연 특례제도 등 중소·벤처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들을 의원입법 형태로 추진하고자 노력했지만 통과가 쉽지 않았다. 정 회장은 “코스닥 기업들도 결국 벤처·중소기업인 만큼 현 정부의 기조와 맞는 부분이 있어 코스닥 활성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소액주주 보호 측면에서 접근하다 보니 오히려 규제가 강화되는 경향이 강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올해 코스닥은 코로나19 극복과정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진단키트와 마스크 생산기업을 배출하며 ‘K방역’을 선도했다. 코스닥시장이 혁신·벤처기업의 성장을 촉진하는 핵심 인프라라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다. 코스닥시장이 발전하려면 이들 같은 신산업 대표기업들이 시장에 계속 남을 수 있도록 메리트를 제공해 코스닥시장의 위상을 높이는 한편 더 많은 혁신기업이 코스닥시장에 상장될 수 있도록 성장과 혁신이라는 코스닥시장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 협회의 입장이다. 정 회장은 “기업들이 전대미문의 위기를 맞은 올해야말로 정부는 물론 새로 시작한 21대 국회도 과감한 규제 개혁을 통해 코로나19 이후 기업환경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국내 증시에 상장된 1,330개사 (2019년 말 기준)의 97%에 해당하는 1,295개사가 중소·중견 코스닥 기업임에도 대기업과 동일한 규제가 적용된다는 점은 시장의 활성화를 저해하는 대표적 요인으로 꼽힌다. 정 회장은 “새로운 제도를 적용할 때 자산총액 2조원을 기준으로 2조원 이상 기업에 먼저 적용하고 2조원 미만 기업에는 규제 강화를 유예해 중소기업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2조원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정부가 대기업을 구분하던 기준이다.

코스닥시장에만 적용되는 상장유지 재무 요건, 공시항목 및 투자주의 환기종목제도 등도 코스닥시장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인적·물적자원이 부족한 중소 상장사의 상장유지 부담을 가중시키고 성장동력을 훼손한다는 이유에서다. 정 회장은 “재무요건을 맞추자고 기술 투자를 하지 않고 현금을 보유했다고 해서 우량기업이라고 보기는 힘들지 않겠냐”며 “30~40명의 연구인력으로 돌아가는 중소기업에 내부회계관리제도 등 대기업과 동일한 수준의 회계관리 기준을 요구하는 것 역시 역차별”이라고 평가했다. 협회가 코스닥 상장사의 이월결손금 공제기한을 미국 등 해외 주요국과 유사한 20년으로 확대하고 중소기업이 해당 기술을 사업화할 경우 R&D 비용의 비율과 무관하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하는 법안을 제안해온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들 규제는 최근 활용이 늘어나고 있는 기술특례상장제도와도 충돌한다. 재무실적보다는 기업의 미래 성장성을 보고 신성장 기업이 상장할 수 있도록 도와 자금 조달이 가능해지도록 하자는 최근의 코스닥시장 재편 기조와도 맞지 않지 않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기술특례상장제도는 전문가들이 기술력을 평가해 상장시키는 것”이라며 “이 같은 기업을 ‘이윤’이라는 재무적인 잣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기관투자가들이 코스닥을 외면하는 투자환경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통상 전체 코스닥시장의 투자자 비율은 개인 87%, 외국인 9~10%, 기관 4~4.5% 수준이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만 113조원(2018년 기준)을 운용하는 연기금은 코스피에 109조원을 투자한 반면 코스닥에는 전체 투자금의 2.8%인 3조원만 투자할 정도로 편중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코스닥 시가총액 비율이 약 14%인 점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저조한 수준이다. 정 회장은 “연기금 운용 방침에 코스닥 의무 비중을 설정하고 코스닥 관련 지수를 활용한 금융투자상품을 개발하는 등 기관의 코스닥 투자 확대를 유도해 코스닥 시가총액 비중만큼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단순히 개인투자자가 많다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소액주주 비율이 높은 코스닥 기업의 특성과 국내 주주총회 결의요건이 합쳐지면서 정기 주주총회에서 감사 선임안이 부결되는 코스닥 상장사는 해마다 2배 이상씩 늘고 있다. 해마다 전 직원이 전국으로 주주들을 찾아다니며 의결권을 확보하는 데 동원되지만 소규모 코스닥 기업의 경우 개인들의 관심이 낮아 주총 참여율이 현저히 떨어진다. 12월 말 결산법인의 경우 주주명부 폐쇄 시점과 주주총회 개최 시점 사이에 손바뀜이 상당하다는 점도 한계로 지목된다. 2017년 ‘섀도보팅’ 폐지 이후 감사 선임에 실패한 기업은 2018년 51개사, 2019년 124개사, 올해 250개사로 늘었다. 코스닥 기업의 약 20%가 필수적 상설기관인 감사 선임을 못해 올바른 지배구조를 갖추지 못하는 상황에 내몰리는 것이다. 정 회장은 “대주주에 대한 의결권제한제도(3%룰)를 폐지하거나 전자투표 도입 등 주총 성립을 위해 노력한 경우 주주총회에 출석한 주식 수 기준 요건만으로 주주총회 결의요건을 완화하지 않으면 내년에는 약 400~500개 기업의 감사선임안이 부결될 것으로 추정한다”고 우려했다.



당장 내년 4월부터 적용되는 대주주 양도세 강화에 대한 우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주주 기준이 기존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축소됐기 때문이다. 올해 말을 기준으로 한 회사의 주식을 3억원어치 이상 보유하거나 한 코스닥 기업의 지분을 2% 이상 가졌다면 대주주로 분류돼 매매차익에 최소 22~33%의 세금을 내야 한다. 정 회장은 “대주주 주식양도차익 과세 강화는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의 기업 규모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될 예정이라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높은 코스닥시장의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대주주 주식양도차익 과세 강화에 따른 효과는 예측이 어렵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이월공제나 장기투자자에 대한 혜택 등 안전장치를 마련한 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중소기업의 상황이 세심하게 고려되지 않은 일괄적 규제 강화로 투자자들이 코스닥시장에 투자할 메리트가 점점 줄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동학개미운동’으로 코스닥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정 회장이 반가움보다 우려를 먼저 표현할 수밖에 없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한국 정부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이 코스닥 기업에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코스닥 기업들은 변화에 민첩하고 기술지향적이며 디지털·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혁신기술을 가지고 있다”며 “코스닥 기업들이 ‘한국판 뉴딜’을 선도하며 기술력과 잠재력이 재조명받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리=신한나기자 hanna@sedaily.com 사진=오승현기자

정재송 코스닥협회장./오승현기자


◇He is...

△1958년 경북 예천 △국립부산기계공업고 △경남산업대 공업경영학 △KAIST 테크노 경영대학원 AVM 과정 △1986~1995년 가람하이드로텍 기술이사 △1995년 제이스텍 대표이사 △2019년 코스닥협회장 △2019년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2020년 기능한국인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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