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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커버리펀드 피해 보상 담판은 불발…공은 11일 이사회로

기업은행 윤종원행장-피해대책위 면담

금융권 CEO-펀드 피해자 만남 최초

피해자, 불완전판매한 은행에 전액 보상 주장

기업은행, 11일 이사회서 관련 논의 예정

IBK기업은행을 통해 디스커버리자산운용 펀드에 투자했다가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피해자들이 8일 서울 중구 IBK파이낸스타워에서 윤종원 기업은행장과 간담회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손실 고객과 관계자들이 8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광장에서 디스커버리펀드 판매 과정에서의 불법 사례 등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청와대에 전달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손실 고객과 관계자들이 8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광장에서 디스커버리펀드 판매 과정에서의 불법 사례 등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청와대에 전달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손실 고객과 관계자들이 지난 4일 서울 기업은행 본점 앞에서 배상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8일 부실 투자로 환매중단된 디스커버리펀드의 투자피해자들을 만났지만 입장 차이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중에서 사모펀드 피해자를 만나는 건 처음이라 기대감이 높았지만 큰 성과는 없었던 셈이다. 피해자들은 기업은행 특성상 중소기업인들이 다수인데다 디스커버리펀드 환매중단으로 회사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특히 불완전판매를 넘어 사기판매 징후가 농후하다며 전액 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기업은행이 조만간 이사회에서 선지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피해자와 은행 간 간극이 얼마나 좁혀질지 주목된다.

디스커버리펀드 투자자 모임인 피해대책위원회는 8일 서울 을지로 IBK파이낸스타워에서 윤 행장과의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피해자들의 요구와 기대수준이 기업은행이 지금 갖고 있는 공식적인 입장과 다르다는 걸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오는 11일 이사회 개최를 앞두고 윤 행장이 피해자의 의견을 청취하기로 하면서 성사됐다. 윤 행장과의 만남은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두 시간가량 진행됐다.

간담회에서 윤 행장이 “은행 측의 책임을 회피하지는 않겠다”고 말했지만 정작 해법은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위 측은 불완전판매에 속아 펀드에 가입한 만큼 원금과 이자를 더해 110% 배상을 요구했지만 기업은행은 선지급 여부 및 비율 등 어떤 절충안도 제시하지 않은 것이다. 피해자들이 이사회에 참관해 발언하고 싶다는 제안에 대해서도 윤 행장은 적절하지 않다며 거부했다. 금융감독원의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조사 결과를 받아봐야 한다는 게 은행 측의 입장이다.

대책위 측은 “윤 행장이 의지를 갖고 조정에 임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윤 행장은 이사회 결정 이후에는 금감원의 분쟁조정이나 법적 소송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며 “피해자를 위한 대책 내용은 밝히지 않고 모든 책임을 이사회로 떠넘겨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디스커버리펀드는 국내 운용사인 디스커버리운용이 기획한 사모펀드다. 미국 운용사 DLI가 국내 금융권에서 모집한 투자금을 운용했다. 기업은행은 2017~2019년 디스커버리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와 디스커버리US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를 각각 3,612억원, 3,180억원어치 판매했다. 디스커버리펀드를 판매한 금융사 중에서 가장 큰 규모다.

문제는 DLI가 지난해 4월 실제 수익률과 투자자산 가치 등을 허위 보고한 것이 적발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서 고발당하면서 불거졌다. DLI는 지난해 디스커버리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 환매를 연기한 데 이어 3월 디스커버리US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의 환매를 중단했다. 이 때문에 디스커버리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의 경우 최고 1년가량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가 속출한 것이다. 환매 지연액도 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가 695억원으로 US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219억원)보다 많다.

대책위 측은 “기업은행의 특성상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고객들이 펀드에 가입해 50%부터 최대 80%까지 손실을 봤다”며 “피해자 중에는 원금 90억원을 투자해 손실을 입은 중소기업 대표도 있다”고 전했다.

특히 대책위는 기업은행이 투자상품의 위험성을 충분히 고지하지 않은 불완전판매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은행에서 해당 펀드가 최고 위험등급인 1등급 상품인데도 미국 국채만큼 안전한 상품이라고 홍보했고 안정투자형인 고객에게까지 펀드를 판매했다는 것이다.

피해자와 기업은행 간 이견이 좁혀지지 못하면서 업계는 11일 열릴 이사회에 주목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일찍이 투자금의 일부를 피해자에게 선지급한 뒤 미국에서 자산 회수가 이뤄지는 대로 나머지 투자금을 돌려주는 방안을 검토했다.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관련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었지만 배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사회가 한차례 연기됐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간담회에서 나온 피해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이사회에서 관련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며 “고객의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디스커버리펀드를 판매한 다른 금융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디스커버리US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를 판매한 신한은행의 환매지연액은 651억원이고 디스커버리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를 판 하나은행의 환매지연액은 240억원에 달한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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