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가 결국 원 구성 법정시한을 넘겼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원 구성 시한인 8일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막판 협상을 벌였으나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놓고 끝내 합의에 실패했다. 새로운 국회를 선보일 것이라는 약속과는 달리 원 구성 법정시한을 13대 국회 이후 8번 연속 지키지 못하는 부끄러운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더욱이 법사위에 대한 양당의 입장차가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아 결국 국회의장이 사실상 민주당의 손을 들어주는 본회의 표결 처리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양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박 의장 주재로 비공개 협상을 이어갔지만 상임위 배분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양당은 협상 마지막 기한까지 법사위원장 몫에 대한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통합당이 원 구성 협상의 타협안으로 법제사법위원회 분할 방안을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거부 의사를 밝혔다. 대신 양당은 상임위원장 배분에 앞서 상임위원 정수부터 결정하는 ‘상임위원 정수 규칙 개정 특별위원회’를 꾸리고 10일 개정안을 의결한다는 데 합의했다. 오는 12일에는 상임위 선임 명단을 제출해 본회의에 처리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이날 상임위원 정수 규정을 우선 합의하기로 한 데 대해 “합리적인 제안을 했으니 수용을 했지만, 시한을 봐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상임위원장 선출에 앞서 상임위원 정수부터 정해야 한다”고 박병석 국회의장에 제안했다. 상임위원장은 상임위원 중에서 선출하는데, 한 상임위에 몇 명의 의원이 배정될지 알 수 없다면 상임위원 명단도 제출할 수 없다는 게 주 원내대표의 주장이다.
민주당은 야당의 제안이 ‘시간 끌기’가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특히 앞서 ‘상임위 정수 조정’을 야당에 제안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저희가 상임위 정수 조정은 지난 5월26일 여야 대표가 만난 자리에서 제안했다”며 “야당에서 받지 않았기에 수용되지 못한 사안”이라고 전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오늘 제안이 시간 끌기를 위한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여야는 우선 오는 12일 상임위 선임 명단을 제출하는 데 합의했다.
협상의 핵심인 ‘법사위’에 대한 시각차는 좁히지 못했다. 야당은 앞서 법사위를 법제특별위원회와 사법위원회로 분리하는 안을 민주당에 제안했지만 단칼에 거절당했다. 주 원내대표는 주말 동안 협상 자리에서 ‘법사위를 나눠서 법제위는 예결위와 같이 50명 규모의 상설특위로 구성해 법안의 체계·자구 심사를 맡고, 사법위는 법원·검찰·헌법재판소·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의 피감기관을 담당하는 안’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상왕 역할을 하는 법사위를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과 완전 배치되는 일이다.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의원들에게 설명했다.
협상이 길어지자 민주당 지도부 사이에서는 법사위·예결위원장 자리를 우선 표결에 부치고 다른 상임위원장 몫을 협상하는 전략도 논의됐다.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도저히 협상이 안 되면 원칙대로 법사·예결위원장은 선임하고 그 뒤에 협상하도록 하는 게 원내대표에게 힘을 주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끝내 법사위원장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박 의장이 직접 상임위원장 선출을 표결에 부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 의장은 이날 본회의를 주재하며 “원 구성 문제는 이제 더 이상 논쟁 문제가 아니라 선택과 결단의 문제”라며 표결을 시사했다.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한 배준영 통합당 원내대변인은 ‘표결 강행 시 야당의 입장’을 묻자 “민주당이 지금 힘없는 야당을 밀어붙인다면 저희는 국민과 함께 맞서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있겠느냐”고 답했다. /박진용·김인엽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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