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보안국장이 미국과 대만이 홍콩의 반(反)정부 시위를 부추기기 위해 자금을 지원하고 조직화했다며, 지난달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통과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발효되면 ‘바로 첫날’ 가동될 수 있는 신설 부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9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존 리 홍콩 보안국장은 “대규모 시위에는 자원과 돈·계획이 필요하다”며 미국과 대만의 간섭이 홍콩의 반정부 시위를 “확실히” 바꿔놓았다고 말했다. 이날은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 조약(송환법) 도입을 두고 대규모 반대 시위가 벌어진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리 국장은 시위대의 업무 분담·통신용 수신호 사용 등을 예로 들며 시위가 고도로 조직화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미국과 대만이 홍콩 시위대에 조달한 자금의 규모와 조달 방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미국과 대만이 잘못된 정보를 확산하고 시위대의 도덕적 기준을 붕괴시켰다며 두 국가의 홍콩 내정 간섭 수준이 상상을 넘어섰다고 강조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홍콩 인권법을 통과시키고 지난달에는 홍콩에 부여하는 특별지위를 박탈하겠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국제법 위반은 물론 홍콩 내정에 대한 “엄청난 간섭”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지난 1992년 제정한 홍콩정책법에 근거해 홍콩 주권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후에도 홍콩에 중국 본토와 다른 특별한 지위를 인정하고 있다. 이 덕분에 홍콩은 무역·관세·투자·비자 발급 등에서 혜택을 받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가 격화하는 과정에서 미국은 중국의 개입과 홍콩 정부의 폭력 진압이 계속된다고 판단, 같은 해 11월 홍콩인권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미국이 매년 평가를 통해 홍콩의 자치권이 일정 기준에 미달한 경우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를 박탈할 수 있도록 한다. 지난달 28일 중국 전인대에서 홍콩인들의 반중국 행위를 처벌하는 국가보안법이 통과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의 특별 지위를 박탈하는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리 국장은 홍콩보안법을 철저히 이행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홍콩보안법이 발효되는 “바로 첫날” 곧바로 가동될 수 있는 신설 부대를 준비해 국가보안법의 집행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 부대는 정보 수집 능력·수사 능력·행동 능력 등을 갖추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이 부대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전략을 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부대가 유사시 홍콩에 설치될 중국의 국가 안보 당국과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홍콩보안법에 따르면 홍콩 정부는 국가 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기관을 설립해야 하며, 중국 본토 역시 필요한 경우 홍콩에 국가 안보 기관을 설치해 국가 안보를 위한 조치를 수행할 수 있다.
이날 리 국장은 지난해 도입을 추진한 송환법에 대해 “정의를 위해 한 일”이라며 “후회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같은 결정을 내리겠다”고 단언했다. 송환법은 홍콩 당국이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중국 본토와 마카오 등에도 범죄인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지난해 홍콩 시민들은 이 법안이 반중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악용될 것을 우려해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이후 정치개혁과 경찰의 폭력 행위에 초점을 맞춘 광범위한 반정부 운동으로 확대됐다. 홍콩 당국은 시위가 시작된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총 8,986명을 폭동과 방화 등의 혐의로 검거했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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