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과잉진압 과정에서 사망한 사건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글로벌 IT 기업들의 ‘안면 인식 기술 중단’ 선언으로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IT 기업 IBM이 ‘인종 프로파일링’ 우려가 있는 안면인식 프로그램 중단을 발표한 데 이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도 1년간 경찰에 안면인식 기술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10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아마존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정부가 안면인식 기술의 윤리적 사용을 위해 더 강력한 규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며 “최근 의회는 이러한 도전에 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1년의 유예기간(moratorium)을 통해 의회가 적절한 규정을 내놓기에 충분한 시간을 제공할 수 있길 희망하며, 요청이 있을 경우 도울 준비도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민주당이 최근 발의한 경찰 개혁법안에는 연방 법 집행기관 측에 실시간 얼굴인식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아마존이 이날 언급한 기술은 2016년 출시된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인 ‘레코그니션’이다. 아마존은 경찰, 이민세관단속국(ICE) 등 미국 법 집행 기관에 이 기술을 제공해왔는데, 해당 소프트웨어가 인종과 성별에 대한 편견을 반영할 우려가 있다고 CNBC는 전했다. 일례로 지난해 8월 미국 시민단체가 캘리포니아 주의회 의원들의 사진을 경찰의 범죄자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했더니 의원 80명 중 26명이 범죄자로 잘못 판정됐고, 특히 그중 절반은 유색인종이었다. 또 백인 남성보다 피부색이 어두운 흑인 여성을 인식하려고 할 때 오류율이 훨씬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이에 인공지능(AI) 전문가들은 레코그니션을 사법기관에 판매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아마존의 이번 조치는 지난달 25일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짓눌려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미 전역에서 인종 차별 반대와 경찰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흑인 인권운동을 지지하는 자사를 향해 모욕적 발언을 한 고객에게 “잃어서 행복한 고객”이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아마존은 지난 3일 사회 정의와 관련된 기관에 1,000만달러(120억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히면서 트위터에 “흑인을 향한 불평등하고 잔인한 처우는 중단돼야만 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아마존의 이날 발표는 IBM이 안면인식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한 지 이틀 만에 나왔다. 아빈드 크리슈나 IBM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일 의회에 안면인식 기술 연구와 개발,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며 인종 정의와 인종 차별에 맞서기 위한 제도적 개혁을 요구했다. 인도 출신으로 IBM 최초로 유색인종 출신 CEO가 된 크리슈나는 “IBM은 대량 감시, 인종 프로파일링(인종 등을 기반으로 용의자를 단속·추적하는 수사기법), 기본 인권 및 자유 침해, 또는 우리의 가치와 부합하지 않는 목적을 위해 안면인식 기술을 포함한 어떤 기술도 사용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하며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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