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수요가 급증한 진단키트를 시작으로 전 세계는 K바이오의 역량에 주목했다. 국내 바이오 업체에 대한 해커들의 공격이 이어진 이유다. 앞으로도 국내 바이오 기업의 핵심 정보를 노린 공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각 업체의 주의와 보안시스템 강화가 요구된다.
1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해외 해커들은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생산하는 업체들을 주로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는 회사에도 해킹 시도가 잇따랐다. 해커들은 진단키트 제조업체 대표이사의 e메일 계정을 탈취하려 했으며 진단키트의 해외 수출 의사를 타진하며 핵심 기술을 빼내려고 했다.
국가정보원의 ‘범정부차원 생명공학분야 민관 합동 TF’에 참여하고 있는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최근 들어 국내 바이오벤처를 상대로 한 외국 해커의 공격과 사기 시도가 적발되는 사례가 급격히 늘고 있다”며 “이들은 진단키트 회사의 개발 전략과 핵심 물질 수급현황 등을 노렸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해외의 한 업체가 진단키트의 해외 진출을 도와주겠다며 접근했는데, 국정원이 존재하지 않는 회사라고 확인해준 덕분에 핵심 기술을 지켰던 적도 있다”며 “분기에 한번 민관 각계 인사가 모여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며 각 업체가 해킹이나 사기가 의심되는 사례를 협회에 신고하면 이를 종합해 태스크포스(TF)에 전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유전체 검사 역량을 기반으로 한 진단키트는 코로나19 사태에서 세계 각국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코로나19 대유행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진단키트 수출 규모는 지난 1월 3,400달러에서 4월 2억65만3,000달러로 늘었고 수출 국가 역시 1월 1개국에서 4월 103개국으로 확대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획득한 곳도 7개사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오리지널 의약품을 위협하고 있는 바이오시밀러 개발 기술 역시 해커들의 공격 대상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셀트리온은 전 세계 최초로 자가면역질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개발한 데 이어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와 유방암·위암 치료제 ‘허쥬마’를 연달아 성공시켰다. ‘브렌시스’와 ‘렌플렉시스’를 개발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약진도 한몫했다. 현재 미국 FDA의 승인을 받은 바이오시밀러는 셀트리온이 3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4개로 이 두 업체의 글로벌 시장 매출 점유율은 30%에 육박한다.
셀트리온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는 2018년 오리지널 의약품 레미케이드의 판매량을 제친 후 유럽 시장에서 60% 내외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임랄디’는 유럽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1위를 기록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바이오의약품 수출액은 2014년 1억7,788만달러에서 지난해 21억3,845만달러로 5년 사이 12배 이상 성장했다. 전체 의약품 수출에서 바이오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4년 5%에서 지난해 50% 수준으로 늘었다.
최근 잇따라 글로벌 제약사로의 기술 수출에 성공한 국내 바이오벤처의 신약후보 물질 역시 해커들의 공격 대상이 됐을 가능성 있다. 지난해 바이오벤처가 맺은 기술수출 계약 규모만도 5조원이 넘는다. 항암제부터 결핵백신·플랫폼기술 등 종류도 다양하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1992년 100개에 불과했던 바이오벤처기업 수는 올해 4,000개로 성장했다. 신규 벤처 투자 규모 역시 1조원을 넘겼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국내 진단업체들은 단순히 매출만 오른 게 아니라 생산성을 개선하고 해외 규제 당국의 긴급사용승인을 얻어내는 과정에서 경험과 노하우도 쌓였다”며 “어렵게 얻어낸 노하우를 지킬 수 있도록 보안에 더욱 신경을 쓰겠다”고 밝혔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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