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코로나’가 ‘우한 코로나’보다 더 빨리 확산된다는 분석이 나온 가운데 중국 베이징시가 도시봉쇄의 강도를 높이는 등 필사적인 방역에 나섰다. 급격한 바이러스 확산세는 일단 막았다고 하나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중국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확산 후폭풍에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16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지난 15일 베이징에서 신규 확진자 27명이 나왔다고 밝혔다. 베이징에서는 11일 신규 확진자 1명을 시작으로 12일 확진자 6명이 발생했고 13일과 14일에는 36명씩 쏟아졌다. 집단감염으로 상당히 많은 환자가 발생하는 양상이다. 15일 중국 전체에서 40명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이 중 해외 역유입 사례 10명을 빼면 32명이 지역사회 감염자였다. 베이징 외에는 허베이성과 쓰촨성에서 각 4명, 1명씩 보고됐고 이들도 베이징 관련 환자로 평가됐다.
중국은 확진 판정이 한국 등 다른 나라보다 까다로워 코로나19 핵산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후 CT촬영 등 종합검사를 통해 최종 ‘확진자’로 판명된다. 중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공식집계보다 훨씬 더 많을 수 있다는 의미다. 베이징의 코로나19 확산은 올해 초 우한 때보다 훨씬 빠르다는 점과 발병경로가 파악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16일 양잔추 우한대 바이러스연구소 교수 인터뷰에서 “베이징 바이러스의 전염력이 매우 강하다”며 “오히려 우한 바이러스보다 더 전염력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말 우한에서 환자 발생을 보고한 후 누적 확진자 수는 올 1월17일까지 62명이었는데 베이징에서는 5일 만에 이미 106명에 달했다. 베이징 관내 11개 구 가운데 이미 9개 구에서 환자가 발생했다.
오리무중인 발병경로는 더 위협적이다. 중국은 다른 나라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외국인 입국금지 강행은 물론 자국민들의 이동도 규제하며 ‘철통방어’를 자신해왔다. 공식통계상으로는 두 달 가까이 베이징에서 코로나19 발생이 ‘제로(0)’를 기록했다.
수도 베이징이 허무하게 뚫린 상황에서 중국 정부에는 비상이 걸렸다. 이날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베이징시는 전일 기자회견에서 “베이징 전 지역사회의 방역이 ‘전시상태’에 돌입했다”며 “10만명의 인력을 방역 ‘전장’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당국은 베이징의 최대 농산물도매시장인 신파디시장을 13일부터 폐쇄하고 주변 주택단지에 대해 출입통제와 전원 진단검사를 의미하는 ‘봉쇄식 관리’에 들어간 데 이어 16일 현재 신파디시장과 거래했던 다른 도매시장 11곳도 폐쇄했다. 약 20만명으로 추산되는 지난달 30일 이후 신파디시장 방문자 전원에 대해서도 핵산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신파디시장이 지방 농산물의 집산지라는 특성을 감안해 당국은 지역 간 장벽도 높이고 있다. 베이징시는 시외로 나가는 택시 등 교통수단의 운행을 일부 중단하기 시작했으며 지방에서도 베이징 여행과 출장 자제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5월 중국 소매판매가 전년동기 대비 2.8% 감소할 정도로 악화한 경제상황에 이번 신파디시장 집단감염 사태가 새로운 충격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13일 신파디시장을 시작으로 베이징 내 농수산물시장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15일 채소 가격이 전주 대비 200%나 급등했다.
신파디시장은 베이징 전역에 공급되는 채소의 70%를 담당하고 있다. 베이징 동부의 한 도매상은 “평소보다 절반 가까이 채소·과일·육류를 파는 상인들이 줄었다”면서 “사라진 상인 대부분은 신파디시장과 거래하던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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