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13일 담화에서 예고한대로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개보수에 약 170여억원이 투입된 연락사무소가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하면서 이와 관련 북측의 책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16일 국방부와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오후 2시 49분 연락사무소를 철거했다. 연락사무소는 2018년 4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발표한 판문점 선언 합의에 따라 그동안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로 사용되던 건물을 개·보수해 그해 9월 문을 열었다.
사무소 문을 여는데 투입된 비용은 재료비 34억9,000만원 등 모두 97억8,000만 원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를 처음 열 때 사용된 공사비 80억 원까지 포함하면 모두 177억8,000만 원이 쓰인 셈이다. 북한 땅에 들어선 건물이지만 당시 건설비는 우리 쪽에서 부담했다.
연락사무소 개소 이후에는 소장회의가 매주 1회 열렸다. 하지만 지난해 2월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회의는 개최되지 않았고, 올해 1월부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운영이 아예 중단됐다.
그럼에도 연락사무소는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에서 거둔 최대 성과로 자부해 온 자산이다. 김 제1부부장도 이 점을 이용해 대북전단 살포 금지를 조치를 요구해왔다. 그는 지난 4일 담화에서 연락사무소 폐쇄 등을 거론한 뒤, 이어 13일에는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남북) 공동 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결국 김 제1부부장의 경고는 사흘 만에 현실화했다. 이날 오후 2시 49분쯤 북한 개성공단 인근 남북연락사무소에서 폭음과 연기가 관측됐고, 통일부는 “개성공단 내 남북연락사무소가 완파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정진석 미래통합당 의원은 연락사무소 폭파에 따른 북한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국민 혈세가 170억원 가까이 투입됐는데도 (연락사무소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한 마디에 산산이 부서졌다“며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은 남북 정상 간 합의 파기 수준을 넘어 대한민국의 재산을 폭파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 의원의 주장대로 북한의 연락사무소 일방 철거는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의 후속 조치로 남북이 체결한 ‘투자보장에 관한 합의서’에 저촉될 수 있다. 합의서 제2조 2항에 따르면 ‘남과 북이 자기 지역 안에서 법령에 따라 상대방 투자자의 투자자산을 보호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제4조 1항에서 ‘남과 북은 자기 지역 안에 있는 상대방 투자자의 투자자산을 국유화 또는 수용하거나 재산권을 제한하지 않으며 그와 같은 효과를 가지는 조치(이하 수용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으며, 만약 공공의 목적으로 재산을 수용 조처 해야 한다면 ‘신속하고 충분하며 효과적 보상’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연락사무소가 개성공단 내에 위치했던 만큼 북한법인 개성공업지구법이 적용될 수도 있다. 개성공업지구법은 ‘사회 공동의 이익과 관련해 부득이하게 투자가의 재산을 거둬들이려 할 경우에는 투자가와 사전 협의를 하며 그 가치를 보상해준다’라며 남측이 투자한 재산에 대한 북한의 책임을 밝히고 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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