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으로 전자투표로 진행된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선거에서 김영식 삼일회계법인 대표이사가 당선됐다. 예년 선거보다 투표율이 2배 이상 급증한 가운데 20~30대 젊은 회계사가 많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았지만 유력 후보였던 김 대표의 당선으로 결론이 났다. 특히 선거 기간 중 김 회장이 회계사 선발인원의 대폭 감소를 대표공약으로 내걸었다는 점에서 향후 회계사 인원 조정이 얼마나 진행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한공회는 17일 오후 서울 충정로 한공회관에서 제66회 정기총회를 열고 김 대표를 신임 회장으로 결정했다. 최중경 회장의 후임으로 활동하는 김 신임 회장의 임기는 이날부터 2년간이다. 김 신임 회장은 “신입 회계사를 교육해 길러내는 역할은 비용이 드는 일이기 때문에 중소법인에는 부담이 되는 일”이라며 회계사 선발인원 축소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부회장과 감사에는 나철호 한공회 감사, 정창모 삼덕회계법인 파트너가 각각 단독 출마해 당선됐다.
이날 투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공회 선거 사상 최초로 전자투표로 진행돼 관심을 모았다. 특히 채이배 전 민생당 의원 등 정계·학계 인사가 두루 출마하면서 젊은 회계사와 지방 회원 등이 적극 참여하면서 투표율이 역대 최고인 64.87%로 치솟았다. 전체 유권자 1만7,920명 중 약 1만1,624명이 투표에 참여한 셈이다. 지난 2016년 최 전 회장이 당선됐을 당시 투표율(27%)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는 결과다. 김 신임 회장은 이 중 40%에 달하는 4,638표를 얻어 당선됐으며 채 후보는 32.5%(3,800표)를 획득했다. 이어 정민근 딜로이트안진 부회장, 최종만 신안회계법인 대표, 황인태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가 뒤를 이었다.
김 신임 회장은 당선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외부감사법 안착과 업계 상생발전 플랫폼 구축, 회계사 선발인원 대폭 축소 등을 가장 중요한 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고객·회원·감독당국과의 상생을 가장 최우선으로 생각할 것”이라며 “회계 업계가 가진 기존의 파이를 키워 영역을 넓히고 불균형을 시정하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설명했다. 또한 “신외감법의 한 축은 주기적지정제라는 당근과 품질관리라는 채찍으로 이뤄져 있다”며 “감독당국이 제시한 당근도 중요하지만 감사 품질을 높이려는 우리의 노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획일적인 품질관리 시스템에 대해 감독당국과의 상생 협의를 통해 규모에 맞는 시스템을 제안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한국의 회계 투명성 지수를 한층 향상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회계업계의 가장 큰 화두인 회계사 수 선발인원 축소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그간 업계는 공급 부족으로 회계사를 1,000여명씩 선발했고 빅4 법인에서 대부분 수용이 됐다”며 “신입 회계사는 빅4가 아닌 중소법인에서 채용하기에 큰 부담이 되는 만큼 선발인원 축소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고용창출을 하겠다고 말하지만 회계사 선발인원 축소는 현재로서 당연한 일”이라며 “단계적으로 시간을 갖고 줄여나가도록 금융위원회와 당국을 설득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의연 등 공익법인의 회계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비영리법인의 감사는 중소회계법인 이하로 특화해 상생해나가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며 “선진국 사회에서는 비영리법인의 회계가 투명할수록 기부도 늘어나는 만큼 회계 선진화를 위해서라도 비영리법인의 회계 투명성은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