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미국 아마존이 사회적 거리두기 실험에 나섰다. 물류창고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리지 않도록 다른 직원에 가까이 접근할 경우 이를 알려주는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도록 한 것이다.
16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아마존은 물류창고 직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규정을 위반할 때 이를 알려주는 웨어러블 기기를 테스트하고 있다.
이 장치는 LED 조명과 오디오 시스템 등이 장착된 투명한 플라스틱 소매다. 작업자들이 서로 너무 가까이 있을 경우 이 기기가 큰 소리를 내며 불빛이 번쩍거리게 된다. 미국 워싱턴주의 한 물류창고는 17일부터 직원들에게 직접 장착을 시킬 방침이다.
이에 따라 직원들은 시설 곳곳에서 이 장치를 픽업해 사용 방법을 안내 받게 된다. 근무시간이 끝나면 기기를 반납하고 시설에 붙은 게시물에 붙은 QR코드를 스캔해 기기에 대한 피드백을 공유할 수도 있다. 단 직원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장치를 사용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만약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을 경우 밀접 접촉했던 다른 직원이 사용한 기기로부터 데이터를 뽑아내 접촉 경로를 추적할 수 있다.
이번 테스트는 아마존이 물류창고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규정을 시행하기 위한 다른 안전 조치를 실험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 아마존은 내부 채용 공고를 통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모니터링하는 사람도 고용할 계획이다.
아마존은 일부 시설에서 ‘거리두기 어시스턴트(Distance Assistant)’라고 불리는 인공지능(AI) 추적 시스템도 도입하기로 했다. 거리두기 어시스턴트는 물류창고 등의 건물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직원 간 거리를 확인하는 AI 장치다. 안전거리 내 일하고 있는 직원들은 초록색 원으로, 가깝게 일하는 직원은 빨간색 원으로 강조해 직원 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몇 주 내로 AI 추적 시스템이 수백대 이상 배치될 계획이다.
그동안 아마존은 코로나19 사태 대응과 관련해 직원, 정치인 등으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아마존이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개인 보호 장비, 온도 점검 및 기타 도구를 제공하려는 노력에 미온적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3월 아마존 뉴욕 퀸즈 물류창고에서는 첫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온 뒤 확진자 수가 두 달만에 1,000명 가까이 급증했다. 당시 아마존 직원들은 회사가 방역에 소홀했다며 파업을 주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AI를 이용해 사람들을 세세하게 추적하는 것은 개인정보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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