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의 경험담이다. 자율주행모드로 운행 중인 테슬라에 동승해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앞 화물차가 느리게 가자 자동차가 스스로 차선을 변경해 앞지른 후 다시 원래 차로로 복귀했다고 한다. 지인은 그때를 “매우 신기하면서도 좀 무서운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2018년 미국자동차협회의 자율주행자동차 안전성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3%가 ‘자율주행차 탑승에 두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또 딜로이트 리뷰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는 자율주행이 신기하고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여가 시간을 만들어 줄 수는 있지만 ‘가까운 시일 내 안전해지기 어려우며 안전성이 확실히 담보되기 전까지 탑승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두려움은 테슬라의 교통사고 소식과 자율주행차에 내 안전을 맡기는 데 대한 불안감에서 기인했을 것이다.
자율주행차에서 우선 생각해야 할 것은 편리성과 기술력을 넘어 안전성이다. 국내 도로교통법에는 다양한 안전장치가 있다. 이중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이 바로 ‘운전면허’다. 자율주행차도 자동차다. 따라서 자율주행차의 안전을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것 역시 운전면허다.
운전면허는 도로 교통상 위험과 장해를 방지하고 안전함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자율주행차도 누가 어떻게 운행하느냐가 가장 중요하기에 운전면허부터 생각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운전면허는 도로교통법 제80조에 따라 사람이 받게 돼 있다. 하지만 자율주행차는 사람이 아닌 자동차가 운행하는 부분이 있기에 운전면허 또한 사람과 자동차로 나눠 생각해야 한다. 현재 미국 자동차공학회(SAE)는 자율주행차를 자율주행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레벨 0’에서부터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 5’까지 6단계로 나누고 있다. 더 이해하기 쉽게 구분해 보면 부분자율주행자동차와 완전자율주행자동차로 나눌 수 있다. 자율주행차가 운행될 때 사람의 역할과 관여도가 다르기 때문에 자율주행 단계별로 운전면허를 고민해야 하며 사람과 자동차의 관점에 따라 각각 살펴봐야 한다.
우선 사람의 운전면허에 대해 생각해 본다면, 부분자율주행차의 경우 사람의 역할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사람의 운전면허가 당연히 필요하다. 완전자율주행차에서도 사람의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 존재하기 때문에 운전면허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다. 단순히 운전조작 능력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운전 외 모든 역할을 다 할 수 있는지를 보고 운전면허를 발급해야 한다.
또 면허는 행위나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에게 주는 허가의 개념이다. 자율주행차를 운행할 때 자동차 자체가 모든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기에 자동차 면허라고 표현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율주행차도 도로의 일반 자동차, 보행자, 이륜차 등 전체 교통의 일부이기에 다른 교통주체와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점이다. 이에 자율주행차 운전자는 도로교통법 제도 내에서 법규를 잘 준수하는 지, 위험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지 운전능력을 평가받아야 한다. 이 밖에 나날이 발전해 가는 자율주행기능에 대한 사전교육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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