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남북관계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공식 퇴임했다. 그는 이임식에서 “모든 비판과 질책을 안고 떠나겠다”며 자신의 퇴임이 남북관계 악화를 멈추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또 “증오로는 증오를 결코 이길 수 없다”며 남한까지 지나치게 강경 대응에 나서면 안 된다는 당부를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김 장관은 19일 오후 4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장관 이임식에서 통일부 직원들에게 “무거운 짐만 남겨둔 채 떠나게 돼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남북관계가 위기 국면으로 진입해 실망과 증오의 감정을 주고받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며 “결코 증오로 증오를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증오를 내비쳐도 남한까지 증오로 대응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였다.
김 장관은 “남북관계 악화의 시기가 오면 치유되지 않은 상처들이 다시 등장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상처를 덧붙이면 치유는 그만큼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이어 “나의 물러남이 잠시 멈춤의 기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기대했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한 뒤인 지난해 4월8일 취임한 김 장관은 임기 동안 변변한 남북 교류 사업을 진행하지 못한 아쉬움도 전했다. 김 장관은 “나와 함께하는 동안 신나는 일도, 웃을 일도, 신명나게 일할 기회도 별로 없었을 것”이라며 “장관으로서 가장 안타까웠던 순간은 고생하는 여러분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주어진 권한에 비해 짊어져야 하는 짐은 너무나 무거웠다”며 “그동안의 비판과 질책은 모두 내가 안고 떠나겠으니 나의 사임이 지금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쇄신하고 통일부의 위상과 역할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지난 17일 오후 3시께 정부서울청사 기자실에서 기자단과 만나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틀간 사표를 수리하지 않다가 이날 오전 김 장관의 면직안을 재가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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