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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찍으면 뜬다" 총알받이서 증시 마법사로 변신한 개미군단

폭락장 올때마다 주식 대거 매수

주가 오르면 바로 팔아 이익 실현

外人·기관과 맞짱뜨는 큰 손 변신

주가 2,000이하땐 삼성전자 몰빵

2,000 넘자 네이버·카카오로 진격

변동성 큰 상품에만 지나치게 쏠려

"단기대박 유혹 떨쳐내야 진짜 변신"

“주가가 많이 하락했던 3월에 조금 투자했는데 수익을 얻어서 이제 본격적으로 투자를 해보려고 합니다.”

19일 주식 투자 서적을 사기 위해 서울 여의도의 한 서점을 찾은 30대 남성은 “아직 투자 금액이 많지 않아 부동산 투자는 어렵고 금리가 낮아 은행 예금보다는 더 나을 것 같아 지난해 말부터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주식 투자 열기가 지속되면서 20~30대를 중심으로 한 개인 투자자가 증시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말 30조원에 못 미쳤던 주식 대기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 규모가 올해 들어 급증하며 50조원대 진입을 앞둔 가운데 개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만 36조원 규모 이상을 순매수했다. 증시에서 개인 투자자가 미치는 영향력이 예전보다 훨씬 커지면서 과거 외국인과 기관에 휘둘리는 힘없는 세력이 아닌 또 하나의 강력한 수급 주체, 즉 ‘동학개미’로 변신했다. 하지만 그늘도 있다. ‘단기 대박’을 꿈꾸며 변동성이 큰 상품에 지나치게 쏠리는 현상은 시장질서를 교란하고 결국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주식 계좌 3,200만개 돌파 눈앞…‘뉴머니’ 유입=KB증권이 올해 1~5월 신규 비대면 주식 계좌 개설자 연령대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대가 31%, 30대가 26%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40대가 22%로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월별 증가율을 보면 지난 1월 181%, 2월 174%에서 3월에는 567%로 급증했다. 4월에도 210%, 5월에는 116% 각각 증가했다. 다른 증권사의 비대면 신규 주식 계좌 증가 추세 및 개설자 연령대도 비슷한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2,936만개였던 주식거래활동계좌 수는 3월6일 3,002만개로 3,000만개를 넘어섰고 이달 16일 3,192만개로 3,200만개 진입을 앞두고 있다. 주식 계좌를 새로 개설하고 주식 투자에 나서는 개인 투자자의 증가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모습이다.

개인 투자자 급증의 주요 배경으로는 저금리 속에 투자 대상으로 각광 받았던 아파트 가격 상승 및 정부 규제의 강화가 꼽힌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불러온 역대급의 ‘3월 폭락장’은 더 많은 개인 투자자를 증시로 끌어들인 결정적 계기가 됐다. 올 상반기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삼성전자 주가는 3월의 저점 대비 20% 이상 상승한 가운데 개인 투자자의 투자 대상은 삼성전자에서 NAVER·카카오 등 언택트(비대면) 산업 대표주로 이동하는 추세다.

◇삼성전자에서 시작, 언택트주로 이동=전국 각지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던 3월12일 코스피는 1,834.33으로 마감해 종가 기준 1,900선이 무너지며 하락이 본격화됐다. 이 무렵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가 처음 등장했다. 1,900선이 무너진 후 3월19일 1,457.64까지 하락했던 코스피가 4월17일 1,914.53으로 약 한 달 만에 1,900선을 회복하기 전까지 개인의 삼성전자 순매수 금액은 3조1,194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중 순매수 금액 2위 현대차(5,161억원)의 약 6배 규모다. 그 외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 2차 전지 기업인 삼성SDI·LG화학을 비롯해 KB금융·신한지주가 순매수 금액 상위권에 속했다. 낙폭이 컸던 대형주에 대한 저가 매수가 이뤄진 결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주가(종가 기준)는 3월23일 4만2,500원으로 올해 최저치를 기록한 후 반등해 4월17일 5만1,400원으로 5만원을 넘어섰고 이달 5일 종가는 5만5,500원으로 최저점 대비 30% 올랐다. 저점에서 매수한 투자자는 두자릿수의 수익률을 거둔 셈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식 투자 경험이 적은 20~30대 개인 투자자들이 올 상반기 하락장에서 과감하게 투자하는 성향을 보였다”며 “과거 외환 위기,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폭락장을 경험한 투자자들은 추가 하락을 우려해 쉽게 진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2,000선을 넘어선 5월26일 이후에는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인 NAVER·카카오가 개인의 순매수 금액 상위권으로 올라섰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언택트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부각된 결과로 풀이된다. 상장기업 중 자회사 SK바이오팜 상장을 앞둔 SK가 삼성전자 대신 순매수 금액 1위를 차지했고 그 다음은 삼성전자우, 삼성SDI, NAVER, 카카오 순으로 나타났다.

◇우선주 2주 새 13배 급등 …변동성 베팅 부작용도=그러나 대형 우량주 외에도 단기 차익을 노린 인버스·레버리지·상장지수증권(ETN)을 비롯해 우선주·테마주 등에 대한 쏠림 현상도 나타났다. 올 상반기 개인 유가증권시장 순매수 상위 종목 범위를 주식에서 상장지수펀드(ETF)로 넓히면 KODEX 200선물인버스2X, KODEX WTI원유선물(H), KODEX 레버리지 등이 상위권에 속한다.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ETF와 증시 하락·상승폭 이상의 수익을 추구하는 레버리지 ETF는 전형적인 단기 투자 상품으로 평가된다. 동학개미란 용어와 함께 하락분의 2배 수익을 놀리는 ‘곱버스’라는 용어가 인기를 끌고 원유ETN의 경우 기초 자산 평가 가격과 거래 가격의 격차(괴리율)가 대폭 벌어져 당국이 매매 거래 정지 등 규제까지 바꾸는 결과도 나타났다. 이뿐 아니라 최근에는 삼성중공업우 등 우선주가 불과 2주일 새 13배가량 치솟아 한국거래소가 투자주의보까지 발령했다. 진단키트 등을 비롯한 코로나19 테마주를 포함, 각종 단기급등주에 매수세가 몰리기도 했다. 대학 주식 투자 동아리에서 활동 중인 한 20대 남성은 “주변 지인들을 보면 처음에는 장기 투자를 계획하다가도 투자금액이 적다 보니 짧은 기간 동안 투자금액을 늘려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테마주나 우선주 등 급등하는 종목에 투자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개인 투자자의 투자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건전한 투자 문화가 정착되면서 안정적 수익을 얻고 다시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국내 증시가 장기간 박스권에 갇혀 신규 투자자가 제대로 수익을 거두지 못하고 실망해 증시를 떠나는 현상이 반복됐는데 최근 급락장에서 우량주 투자를 통해 수익을 얻은 투자자들은 당분간 증시를 떠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반면 단기적으로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는 손실 위험도 높기 때문에 몇 번의 투기적 거래 후 증시를 떠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경훈·이승배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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