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까지 누적된 재정수지 적자 규모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재정 수지의 급속한 악화가 나랏빚 증가로 이어지며 국가 채무도 한 달 만에 18조 가까이 늘면서 5월 말 기준 중앙 정부 채무는 764조 2,000억 원까지 불어났다. 5월 한달간 늘어나는 국가 채무 규모는 이명박 정부가 5년간 4대강 사업에 투입한 예산 22조원에 거의 육박하는 수치다.
7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월간 재정동향 7월호’에 따르면, 올해 1~5월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77조 9,00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1~5월 누계 기준 최대폭 적자다. 전년 동기 대비 비교하면 41조 4,000억 원이나 적자가 늘었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보장성 기금을 제외해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대표적 재정 건전성 지표에 해당한다. 1~5월 통합재정수지 적자 규모도 61조 3,000억 원에 달한다.
올해 들어 재정수지가 급속도로 악화하는 이유는 들어오는 돈(총 국세 수입)은 쪼그라들고 있는데 나가는 돈(총 지출)은 계속해 확대되는 구조 때문이다. 올해 1~5월 총 수입은 198조 2,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조 7,000억 원 줄었다. 5월 기준 총 수입도 31조 9,000억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조 2,000억 원이나 감소했다. 세목 별로 살펴 보면, 법인세 세수 감소 폭이 두드려졌다. 법인세의 경우 5월에 총 4조 4,000억 원이 걷혔는데 이는 전년 동월 대비 10조 8,000억 원이나 덜 걷힌 수치다. 소득세 수입도 5월 기준 총 7조 8,000억 원이었는데 이는 전년 동월 대비 3조 5,000억 원 쪼그라든 규모다. 법인세 및 소득세 세수 감소는 법인세 납부 시기 변동, 신종코로나바이러스에 따른 신고·납부기한 연장 등 일시적 요인에 따른 결과라는 게 기획재정부의 설명이다. 부가가치세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1조 원 더 걷혔는데 납기 연장된 세수 중 일부가 납부된 데 따른 결과라는 게 기재부의 판단이다.
이처럼 세입은 확 쪼그라들었지만, 총 지출은 가파르게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1~5월 기준 총 지출은 259조 5,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조 5,000억 원이나 증가했다. 5월 한 달 총 지출만 따져 봐도, 49조 8,000억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1조 5,000억 원이나 늘었다. 긴급 재난 지원금 지급 등의 집행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국가 채무는 5월 말 기준 764조 2,000억으로 전월 동기 대비 17조 9,000억 원이나 불어났다.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을 포함한 2차 추경 집행, 국고채 잔액 증가 그리고 국민 주택 채권 잔액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세종=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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