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유럽 시장에서 친환경차 판매를 중심으로 점유율을 확대하며 유럽 시장 진출 이후 최고 기록을 세웠다. 판매량은 코로나19 영향으로 감소세를 보였지만 유럽 시장 전체판매량 감소 폭에 비해서는 선방했다.
17일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현대·기아차(000270)는 올 상반기 유럽에서 전년 동기(55만2,478대) 대비 36.1% 감소한 35만3,026대를 판매했다. 같은 기간 유럽 전체 자동차시장 판매량 감소율은 39.5%로 현대·기아차 대비 3.4%포인트 높다. 현대·기아차는 탄탄한 기본 체력을 기반으로 판매량 감소를 방어해낸 셈이다.
판매량은 줄었지만 시장 점유율은 상승세를 탔다. 유럽 브랜드들이 코로나19로 생산 차질을 빚은데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에 대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현대·기아차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6.6%였지만 올해는 6.9%로 소폭 올랐다. 현대·기아차가 유럽에 진출한 후로 가장 높은 수치다. 코로나19의 파고를 넘어 현대·기아차가 약진하며 경쟁 업체들의 점유율을 가져왔다. 올 상반기 판매량 기준으로 2위와 3위 업체인 PSA그룹과 르노그룹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2.6% 포인트, 0.4% 포인트 감소한 14.8%, 10.3%를 기록했다. 유럽 본토에서 토종 브랜드인 PSA와 르노가 힘을 잃는 사이 한국 완성차 업체인 현대·기아차가 영토 확장에 나선 것이다.
현대·기아차의 약진 배경에는 친환경차 판매 호조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유럽은 올해부터 완성차별로 차량 1대당 연평균 이산화탄소(CO2) 배출량 규제를 기존 ㎏당 130g에서 95g으로 강화했다. 업계에 따르면 6월만 놓고 봤을 때 현대차(005380)의 친환경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33% 늘어난 7,000여대를 기록했다. 지난달 기아차는 전년 대비 24% 늘어난 8,000여대의 친환경차를 판매했다. 유럽 각국은 코로나19 이후 내연기관 판매량이 급감하며 수요 진작 카드로 친환경차 지원 정책을 꺼내들었다. 자동차 소비 증진과 친환경차 전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부응해 현대차는 싼타페 하이브리드, i20와 i30의 친환경 모델을 하반기 중 출시할 계획이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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