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째 세계 TV 시장 1위를 수성 중인 삼성전자(005930)가 초격차 기술로 승부수를 던졌다. 세계 최초로 ‘마이크로 RGB TV’를 선보이며 프리미엄 TV 시장의 새 지평을 연 것이다.
12일 삼성전자는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삼성 강남 전시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115인치형 마이크로 RGB TV를 국내 공식 출시했다고 밝혔다. 이 상품은 11일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출고가는 4490만 원이다. 다음 달 초 미국에 출시된다.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TV의 핵심인 백라이트 기술을 근본적으로 바꾼 데 있다. 기존 TV가 단일한 백색 광원을 사용했다면, 마이크로 RGB TV는 10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초미세 빨강(R), 초록(G), 파랑(B) LED 소자를 광원으로 사용한다. 세 가지 색상의 광원을 독립적으로 정밀 제어해 색의 순도를 극대화하고 왜곡을 원천 차단한다. 덕분에 압도적으로 풍부하고 정확한 색 표현이 가능하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색 표준 BT2020을 100% 충족했으며, 독일 전기전자정보기술자협회(VDE)에서 마이크로 RGB 정밀 색상 인증도 획득했다.
화질의 완성도는 인공지능(AI)이 책임진다. 마이크로 RGB AI 엔진이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최적의 색감으로 조정한다. 저화질 영상을 고화질로 복원하는 AI 업스케일링 프로, 빠른 움직임을 선명하게 보정하는 AI 모션 인핸서 프로 기능도 갖췄다. 빛 반사를 줄인 글레어 프리 기술과 메탈 소재의 유니바디 디자인으로 사용 편의성과 고급스러움을 모두 잡았다.
이번 신제품은 글로벌 TV 시장의 경쟁 구도 속에서 삼성전자의 전략적 중요성이 크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 1분기 삼성전자는 매출 기준 점유율 30%로 1위를 지켰다. 하지만 중국의 TCL(13.3%)과 하이센스(10.9%)가 무서운 성장세로 뒤를 쫓으며 3, 4위를 차지했다.이 상황에 마이크로 RGB TV 출시는 기술력 우위를 바탕으로 프리미엄 시장에서 격차를 벌리겠다는 삼성전자의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이 기술적 도약은 삼성전자가 20년 연속 세계 TV 시장 1위라는 대기록을 수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초대형·초프리미엄 제품을 시작으로 라인업을 점차 확대할 방침이다. 이종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상무는 “OLED TV가 완벽한 블랙 표현에 강점이 있다면 마이크로 RGB TV는 일반적인 시청 환경에서 체감하는 밝기와 색 표현력에서 우위를 가진다”며 “초대형 화면이 주는 몰입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115형 모델을 먼저 선보였고 내년부터는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라인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손태용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부사장은 “마이크로 RGB TV는 빛과 색을 가장 정교하게 제어하는 제품”이라며 “초격차 기술 전략을 통해 TV 시장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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