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스피지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도 불구하고 2,200선을 회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동학개미’ 개인투자자의 매수세였다. 전문가들은 간만에 서민들 사이에서 분 주식투자 열풍이 이어질 수 있게끔 금융세제 개편안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개인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33조9,000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이 주식을 25조9,000억원, 10조7,000억원씩 매도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개인의 매수세는 국내 주식시장이 코로나19 충격을 딛고 반등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지난 3월19일 코스피지수는 1,457.64까지 떨어졌지만 이윽고 반등세를 보여 이날 2,201.19까지 올라왔다. 그 사이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3조3,000억원, 13조3,500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지만 개인은 홀로 15조8,000억원이나 사들이며 증시를 뒷받침했다. 외세와 관군에 맞서 봉기한 동학농민운동에 빗대 개인투자자에게 ‘동학개미’라는 별칭이 붙었던 이유다. SK바이오팜 일반청약에 개인투자자 자금 31조원이 몰리는 등 동학개미는 공모시장에서도 파란을 일으켰다.
최근 정부에서 내놓은 금융세제 개편안이 주식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2023년부터 모든 투자자에게 금융상품 양도차익 2,000만원 초과분에 대해 양도세율 20%(3억 초과분은 25%)를 적용하는 것이 개편안의 골자다. 개인투자자의 투자 유인이 떨어져 간만에 불어든 개인투자자의 투자 열풍이 사그라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의 자본이득세율이 15~20% 수준임을 고려하면 양도세 대상 확대가 국내 주식시장의 ‘비교우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있다.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는 대신 종전 0.25%에서 0.15%로 낮추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도 ‘이중과세’ 논란을 낳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양도세 기준 완화와 증권거래세 폐지를 주장하는 청원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주식양도세 확대는 부당합니다’라는 청원에는 8만4,000명 이상이 동의했다.
전문가들은 3,054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유동성이 부동산보다 산업 기여도가 높은 주식시장으로 흘러갈 수 있게끔 정부가 세제 개편안을 다시금 살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증권업 담당 애널리스트는 “현 세제개편은 중장기적으로 국내 증시 메리트를 떨어뜨린다”며 “양도세율을 낮추거나 종전대로 대주주 한도를 기존 10억원으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펀드 환매 후 차익실현분을 종합세제 과세 영역에 넣는다는 것도 펀드로의 자금 유입을 저해하는 요소”라며 “펀드 관련 세제에 대해서도 보완이 되야 하지 싶다”고 강조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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