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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바이든 방식의 ‘미국 우선주의’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호스트

바이든이 꺼낸 경제회생 플랜 중

'바이 아메리칸'은 너무 오래된 정책

보호주의·민족주의 부작용 부른

역사 염두에 두고 뉴버전 시행을

파리드 자카리아




코로나19의 기세에 눌려 대선 캠페인이 세인들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났다. 민주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기후변화와 경제 회생에 관한 공약을 2주에 걸쳐 연이어 발표했음에도 언론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은 이유다. 그의 기후변화 구상은 야심 차고 전향적이지만 그보다 흥미로운 것은 ‘전 국민이 함께 만드는 미국의 미래’를 약속한 경제공약이다. 그가 제시한 공약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바이든이 ‘경제 민족주의’라는 트럼프의 텃밭을 직접 치고 들어간 것은 정치적 측면에서 ‘신의 한 수’였다. 게다가 그는 트럼프보다 훨씬 나은 접근법을 내놓았다.

그의 경제회복 구상은 관세와 무역전쟁이 주조를 이루는 중상주의와 거리가 멀다. 관세와 무역전쟁은 어떤 잣대를 들이대건 명백히 실패한 전략이다. 이를 보여주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바이든 선거대책팀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트럼프가 ‘패했다’는 내용의 강도 높은 광고를 내보내자 사실확인에 나선 비영리단체 폴리티팩트는 과거시제인 ‘패했다’를 ‘패하는 중’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팩트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고 인정한 셈이다.

바이든 진영은 이 주장의 이론적 근거로 2019년에 나온 두 건의 연구보고서를 제시했다. 첫번째는 ‘무역관세로 생산자물가가 오른 반면 제조업의 고용과 생산량은 늘어나지 않았다’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보고서다. 두번째는 무역전쟁으로 미국의 일자리 30만개가 사라졌다는 신용평가기관 무디스의 분석과 함께 관세 관련 경비로 가구당 연평균 800달러의 추가 부담이 발생하면서 이른바 ‘트럼프 감세’ 효과가 상쇄됐다는 연준의 보고서다. 바이든의 경제정책은 4년에 걸쳐 연구개발(R&D) 투자를 3,000억달러 이상 증액한다는 과감한 아이디어를 담고 있다. 2018년에 비해 무려 60%나 늘어난 액수다. 현실화할 경우 1950년대와 1960년대 이후 꾸준히 감소한 과학과 기술 분야의 연방정부 투자는 일대 전환점을 맞게 된다. 이 같은 투자는 미국 경제를 바꿔놓은 PC·인터넷·위성항법장치(GPS) 등으로 이어진다. 최근 테슬라가 연방정부의 융자금 4억6,500만달러로 회사를 본궤도에 올리고 전기차 실험에 성공한 사례는 기억할 만하다. 바이든은 5세대(5G) 테크놀로지, 전기차, 경량화 소재와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를 제안한다. 물론 일부 투자는 실패로 끝날 수 있다. 그러나 테슬라처럼 대박을 치는 업체가 몇 개만 나와도 성공으로 볼 수 있다.

바이든의 경제회생 플랜에는 4,000억달러 규모의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조항도 담겨 있다.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기는 하지만 자칫 철강 등 사양산업을 회생시키려는 무모한 산업정책으로 변하거나 유능한 로비스트들을 고용한 기업들에 혜택이 집중되기 쉬운 접근법이다.



일반적으로 경제부국들이 추진한 산업정책 점수는 신통치 않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직접투자가 가장 성공적으로 이뤄진 국가로 일본을 꼽는다. 하지만 일본 최고의 기업들은 경쟁이 치열한 민간 분야의 기업들이다. 정부 지원을 받는 기업들은 대체로 경영실적이 좋지 않다. 최상의 투자모델은 정부가 직접 나서 특정 기업이나 산업체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정부가 혁신적 상품을 구입할 것임을 분명히 인식시킴으로써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1962년까지만 해도 미국 정부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반도체를 전량 구입했고 이에 힘입어 반도체 산업은 경쟁력을 키웠다. 유사한 사례는 또 있다. 1960년대 컴퓨터 산업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엄청난 수요에 힘입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바이든은 이 같은 접근법을 그대로 활용해 오늘날의 최첨단 산업을 지원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1960년대 당시의 연방정부 기관들은 지금보다 훨씬 효율적이었고 특수이익집단들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였다.

마지막으로 주의해야 할 점은 ‘바이 아메리칸’이 신물 날 만큼 오래된 정책이라는 사실이다. 1933년 런던 정부가 ‘바이 브리티시’ 계획을 발표하자 허버트 후버 미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마지막 날 ‘바이 아메리칸’을 선언하며 맞불을 놓았다. 이러한 움직임은 결과적으로 세계를 보호주의와 민족주의의 소용돌이로 밀어 넣었고 이로 인해 보통사람들은 빈곤의 덫에 치이며 지구촌 전체에 위험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우리는 이 같은 역사를 염두에 두고 ‘바이 아메리칸’의 차기 버전을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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