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상의 어려움 등으로 사업을 접기로 하고 올해 상반기 법원을 찾은 기업의 숫자가 지난 2013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초부터 불어닥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쇼크의 여파가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하반기에도 더 많은 기업들이 법원을 찾을 것으로 우려된다.
21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전국 법원 파산부에 접수된 법인 파산신청은 총 522건에 달했다. 이는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해 485건보다 7.63%(37건) 늘어난 수치다. 상반기 법인 파산신청은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3년 218건을 기록한 후 2014년 257건, 2015년 316건, 2016년 336건, 2017년 345건, 2018년 393건으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지역별로 보면 광주지법과 부산지법이 각각 전년 대비 125%, 100%가 늘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어 수원지법, 대구지법, 대전지법에서 각각 48.4%, 33.3%, 26.5%가 늘어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서울회생법원에 접수된 파산신청은 지난해 236건에 비해 올해 216건으로 소폭 줄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주요 지역 법원 파산부의 접수량은 늘어난 것이다.
올 상반기 전국 법인 파산신청은 지난해 하반기(7~12월)의 446건과 비교해봐도 17%(76건)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코로나19 여파가 올해 1월 하순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계절적 요인 등을 감안하더라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2010년대부터 이어진 한국의 저성장 기조로 한계기업이 많아진 구조적 문제에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가 닥치면서 파산을 신청한 기업이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며 “가뜩이나 사정이 어려운 기업들에 전대미문의 전염병까지 발생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추 본부장은 이어 “최근 몇 년간 최저임금이 급등하고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되는 등 정책 리스크의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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