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투자가 롯데손해보험(000400)과 손을 잡고 업계 최초로 대체투자 전용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했다. 초대형 투자은행(IB) 진입을 꿈꾸며 투자자산을 확대하는 하나금투와 새 주인을 맞은 뒤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야 하는 롯데손보의 수요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펀드에 대한 제대로 된 내부 관리가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불안한 전망도 있다.
27일 IB 업계에 따르면 하금투는 롯데손보와 총 1,0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해 대체투자 자산을 담고 있다.
연초 펀드 조성을 추진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펀드 조성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손보가 펀드 대부분에 출자했는데 정확한 출자금액은 확인되지 않았다. 하금투가 투자자산을 찾아 자기자본으로 총액 인수한 뒤 블라인드 펀드에 재매각(셀다운)하는 방식이다.
이번 펀드 조성은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초대형 IB 진입을 위해 대체투자 자산 등 덩치를 꾸준히 키워야 하는 하금투는 셀다운 우려 없이 수익이 기대되는 자산에 적극 투자할 수 있다. 지난해 사모펀드운용사인 JKL파트너스에 인수된 롯데손보는 올해 본격적으로 실적을 내야 한다. 펀드 조성을 통해 다른 연기금이나 보험사보다 우선적으로 양호한 자산에 대한 투자 기회를 얻고 수익률을 끌어 올릴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금투가 롯데손보와 과거부터 끈끈하게 딜을 많이 해왔고 이 과정에서 협업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블라인드 펀드까지 조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보험사가 자산운용사가 아닌 증권사와 직접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한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보통 증권사가 총액인수하고 운용사가 이를 인수해 재매각하는 과정에서 보험사가 참여하기 때문이다. 절차를 간소화해 중간 수수료를 없앴다고 하지만 딜 소싱 능력은 운용사가 증권사보다 우수하다는 평가가 많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셀다운이 잘 안되는 자산을 펀드가 인수할 우려도 있다. 한 대체투자 업계의 관계자는 “증권사의 총액인수 비즈니스가 점점 위축되는 상황에서 증권사가 보험사와 펀드를 조성해 핵심 자산보다는 비핵심 자산을 떠안을 우려가 있다”며 “이런 부분들에 대한 관리가 잘 된다면 새로운 방식의 투자 형태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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