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가 오늘도 내립니다. 역대급 무더위라더니 올해는 그렇게 덥지도 않았고 장마 역시 길고 깁니다. 역대급 무더위가 온다고 했을 때 기자는 이를 사실 믿지 않았습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전 세계 공장이 셧다운 되고 인도에서는 그동안 보이지 않던 히말라야가 보인다고 하는데 ‘역대급 무더위’는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팩트가 없기 때문에 ‘올해 ’역대급 무더위‘는 없으니 냉방 가전 어려울 것’이라고도 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장마가 지나도 ‘역대급 무더위’는 없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팩트가 없어서요.
코로나와 장마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본격적으로 ‘60초 경제’에서 다룰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지난 29일 동네 마트 배달앱 ‘로마켓’이 설문조사를 발표했습니다. 라면, 과자 등 가공 식품보다 과일, 채소 등 신선식품을 더 자주 온라인 구매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응답자 10명 중 7명이 신선식품을 온라인으로 더 자주 구매한다고 한 것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선식품만은 눈으로 직접 보고 구매했습니다. 금방 상하기 때문에 보다 싱싱한 것을 고르고 과일의 경우 때깔과 향까지 확인했죠.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이런 소비 성향이 확 바뀌었습니다. 과일만은 눈으로 보고 샀는데 이제 어느 순간 저도 온라인으로 구매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온라인 구매가 다 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닙니다. 모든 샐러드의 경우는 봉지 안에 물이 차는 등 거의 상한 채로 온 적도 있었고, 바나나는 지금 당장 먹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갈변’이 돼 배송된 적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주문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항의와 반품을 귀찮아하던 저는 어느 순간 ‘신선하지 않은 신선 식품’이 도착하면 바로 항의와 반품을 했습니다. 항의와 반품은 ‘내 돈 주고 내가 산’ 신선식품에 대한 권리입니다.
어쨌든 저와 같은 소비자가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온라인으로 주문을 해도 신선한 신선 식품이 도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신선식품도 믿고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신선한 신선식품이 대부분 오고, 그렇지 않다면 귀찮지만 반품 및 교환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오프라인 매장은 이미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위기가 더 빨리 찾아왔습니다. 그렇게 믿었던 신선식품마저 온라인 구매가 많아지니 말입니다. 이 때문일까요. 최근 대형 백화점은 VIP 고객을 대상으로 설문을 했습니다. 청과를 주로 어디서 사는지, 해당 백화점의 청과 코너에 대한 만족도는 어떤지 등등.
이뿐이겠습니까. 최근에는 몇십 억짜리 이태원의 건물까지도 온라인으로 매물을 내놓았고, 1억짜리 쿠폰을 발행했습니다. 방송을 본 사람이 건물을 살 경우 1억 원을 할인해주는 쿠폰인데, 그 쿠폰을 사용할 날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뭐든 온라인으로 팔고 사는 세상의 결정판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사례는.
예측하지 못하는 변화는 소수입니다. 코로나는 예측하지 못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바뀔 사회를 예측하지 못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다만 믿고 싶지 않은 ‘인지부조화’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셧다운으로 인해 ‘역대급’ 무더위는 없을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지만 믿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동안 더웠는데, 설마...“ 등등. 믿고 싶은 걸 믿는 게 아닌, 상식ㅇ르 믿는 게 리스크를 줄이는 길입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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