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으며 30% 넘게 급전직하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조치로 소비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1·4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경기침체에 빠진 미 경제가 3·4분기에는 회복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기회복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이날 미국의 2·4분기 GDP 성장률이 -32.9%(연율)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1947년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이 분기 성장률을 집계하기 시작한 후 최악의 성적표를 낸 셈이다. 분기별 자료가 없던 대공황을 제외하면 역대 최악의 GDP 성장률은 1958년 1·4분기 때의 -10%다.
코로나19 확산에 미 정부가 봉쇄조치를 내리면서 소비자들이 집에 머물고, 기업은 문을 닫고, 학교 수업이 원격으로 이뤄지면서 소비가 급감한 것이 분기 최악의 성장률을 기록한 결정적인 이유로 꼽힌다.
경제재개가 본격화하면서 3·4분기에는 미 GDP 성장률이 10%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코로나19 재확산이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실제 미국 경기의 급격한 둔화를 보여주는 경제지표인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지난주 143만건을 기록해 2주 연속 증가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최근의 경기지표 반등에도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기회복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연준은 이날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친 뒤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0.00~0.25%로 유지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6월 말부터 직불과 신용카드에 기반을 둔 소비가 하락하고 있다”면서 “특히 소기업에서 일자리 증가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 사람들이 자신감을 갖기 전까지 회복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환자가 다시 급증한 6월부터 경기회복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더블딥(이중침체)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지금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 말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면서도 “우리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우리가 지출과 고용지표를 유심히 들여다보는 이유”라며 이를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
이 같은 판단으로 연준은 지원책을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파월 의장은 “이번주에 우리는 대출지원 프로그램을 연말까지 연장했다”며 “위기가 지나고 때가 되면 우리는 이를 다시 거둬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위기가 끝났다고 확인돼야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얘기다. 자산 매입도 최소한 현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다만 연준의 무제한 유동성 공급으로 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는 예상에는 선을 그었다.
파월 의장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인플레이션에도 큰 영향을 줬다. 식료품을 포함해 일부 상품이 공급부족으로 가격이 올랐다”면서도 “더 크게 보면 여행과 접객산업 등의 수요 위축으로 물가상승이 목표치인 2%를 밑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위기는 기본적으로 디스인플레이션 쇼크”라고 덧붙였다.
디스인플레이션은 물가가 오르기는 하나 폭이 계속 줄어드는 것이며 디플레이션은 물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것으로 차이가 있다. 파월 의장은 “디스인플레이션 압력이 전 세계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며 “지금은 큰 수요 쇼크로 핵심 인플레이션이 1%까지 떨어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뉴욕=김영필특파원 김연하기자susop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