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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면 죽는다” 과감한 인력·기술력 투자…초격차로 경쟁사 압도해야

[창간기획] 이제는 미래를 이야기하자

<중> 초격차·언택트가 경쟁력

글로벌기업 특허독식에 위기감 커

"새로운 방식으로 글로벌 우위선점"

삼성, 기술개발·라인건설 동시진행

LG전자, 로봇·AI전문가 적극 등용

현대차, 스마트모빌리티 61조 투자





“여기서는 힘껏 달려봐야 제자리야. 나무에서 벗어나려면 지금보다 두 배는 더 빨리 뛰어야 해.”

영국의 수학자이자 동화 작가인 루이스 캐럴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속편인 ‘거울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붉은 여왕의 말이다. 열심히 뛰어도 숲을 벗어날 수 없다는 앨리스에게 붉은 여왕은 “숲이 함께 뛰기 때문에 숲을 벗어나려면 두 배는 더 빨리 뛰어야 한다”고 말한다. 진화생물학자 밴 베일른이 ‘붉은 여왕 효과(Red Queen Effect)’로 정리한 진화경쟁의 가설은 기업 경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시장의 흐름 속에서 추격하는 경쟁사를 멀찌감치 떨어뜨려 놓으려면 몇 곱절의 노력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최초와 최고의 타이틀에 머물면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져버린다.

패스트 팔로어 전략으로 성장한 우리 기업들은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위기를 맞고 있다. 남들을 쫓아가는 것만으로는 생존마저도 불확실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없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실패(구광모 LG그룹 회장)” “지금까지의 성장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을 도모하자(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는 기업 총수들의 외침이 이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배터리·자동차 등 경쟁사보다 한발 빨랐던 산업 분야의 위기감은 더 커지고 있다.

■쫓아오는 중, 달려가는 美·日

위기는 데이터가 보여준다. 지난해 특허청의 ‘특허 빅데이터를 활용한 산업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이 출원한 특허는 고작 8%에 불과하다. 지난 2005년부터 2018년까지 출원·공개된 주요국 특허 11만7,159건 가운데 한국은 6,834건에 그쳤다. 미국과 일본이 이 분야 특허를 각각 37%, 20% 이상 점유하고 있다. 우리가 힘을 쏟고 있는 수소 산업도 일본과 중국이 전체 특허의 51%를 점유했다. 반면 한국의 수소 산업 특허는 점유율 기준 8.4%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연료전지 부문에 쏠려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5월 말 4차 산업혁명의 12개 주요 분야에서 국가별 경쟁력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미국·중국·일본에 비해 현재도, 5년 후에도 열세에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국의 4차 산업혁명 12개 분야 기술 수준을 100으로 했을 때 중국은 108, 일본은 117, 미국은 130으로 그 차이가 제법 컸다. 5년 후에는 중국 113, 일본 113, 미국 123으로 일본과 미국에 대한 기술격차는 줄지만 한국의 비교열위는 이어질 것으로 점쳐졌다.



■‘동기화 전략’ 통한 초격차 실현

우리 기업들의 성장전략은 과감한 인력과 기술투자, 발 빠른 인수합병(M&A)을 통한 선택적 집중으로 요약된다.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를 넘어 비(非)메모리반도체에서도 세계 1위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삼성전자는 기술개발부터 라인 건설까지 모든 작업을 동시에 추진하자는 ‘동기화 전략’으로 경쟁사들과 확연히 다른 격차, 즉 초격차를 실현할 계획이다. 지능형 반도체 포럼을 이끌고 있는 박영준 서울대 명예교수는 “단일제품으로 큰 시장을 보유한 메모리반도체부터 파고들어간 삼성전자의 전략적 판단은 적시에 이뤄진 과감한 투자와 결합해 현재의 성과로 이어졌다”며 “데이터센터와 자율주행·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산업이 변화하는 이 시기, 시스템반도체로 (삼성전자가) 진입하기 좋은 시기이자 기회”라고 짚었다.

삼성전자의 초격차는 남들과 다른 투자전략이 바탕이 된다. 극자외선(EUV) 공정을 전격 도입해 양산하는 10나노급(1a) D램, 축적된 미세공정 노하우로 생산하는 최첨단 V낸드 제품 등으로 입증한 기술 리더십을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산업으로 확장한다는 목표는 ‘반도체 비전 2030’으로 구체화됐다. 특히 이 비전 2030은 단순한 시설투자가 아닌 인재 양성과 인프라 확충 등 국가 반도체 생태계까지 고려한 133조원 규모의 투자로, 인텔·퀄컴·TSMC 등 각 분야 경쟁사를 추격할 계획이다.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도 올해 상반기 14조7,000억원을 반도체 설비투자에 쏟아 부으며 초격차에 집중하고 있다.

■미래 성장 포트폴리오 구성 완료

독보적 경쟁력을 확보한 가전 사업의 노하우를 소비자의 삶 전체로 확장하려는 LG전자도 신기술 확보를 바탕으로 우월적 지위를 지켜나갈 계획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공간의 경계가 없는 AI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한다’는 목표 아래 준비를 해왔던 LG전자는 지난해 산업용 로봇 제조사를 인수하고 미국과 이스라엘 등에서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을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다. 최근에는 클로이 브랜드로 서비스 로봇 라인업을 추가하고 로봇·인공지능(AI) 분야 전문가를 모셔와 활발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퀀텀점프를 꾀한다.

현대자동차는 오는 2025년까지 61조원을 투자해 스마트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다시 태어난다. 자동차 산업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고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주도하기 위해서다. 내연기관 고수익화, 전동화 선도 리더십, 플랫폼 사업 기반 구축이 3대 전략이다. 핵심인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은 개인용비행체(PAV)·로보틱스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해 이동시간을 혁신적으로 단축한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2025년까지 고도화된 음성 사용자 경험 및 개인비서 서비스를 적용하는 실험에 들어갔다. 또한 2022년까지 완전자율주행 플랫폼을 개발하고 2024년 양산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미래차 시장을 겨냥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선보이고 기술을 고도화해 2025년까지 배터리전기차·수소전기차 67만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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