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에서 인턴이나 레지던트로 일하며 공부하는 전공의들이 지난 7일 하루 정부의 의대 증원 확대 등에 반발해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의사 수 확대와 한방 첩약 건강보험 급여 지급 등에 반발해온 의료계가 집단 행동에 나선 것인데요. 아직까지는 교수·임상강사 등이 대체인력으로 긴급투입돼 업무공백을 막을 수 있었지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오는 14일 동네 병원이 집단 파업에 나서고 2차·3차 파업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농후해 자칫 중환자 및 응급환자 대처에 차질이 생기는 등 중대한 국민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인데요. 이 같은 의료계 파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합니다. 지난 2000년, 2014년에 이은 벌써 세 번째 파업인데요. 당시 상황은 어땠는지, 의료계 파업이 어떤 파장을 불러오는 지 오늘 한번 알아보고자 합니다.
의료계에서 두고두고 회자 되는 집단행동은 지난 2000년 당시 의약분업 시행을 앞둔 때였습니다. 전국의 병의원은 대부분 휴진했으며, 전공의들은 투쟁의 중심에 서서 의약분업 폐기를 촉구했다. 특히 당시 전공의들은 일반 동네의원 개업의와 달리 경영 압박을 받지 않고 기득권 세력이 아닌 개업전 의사라는 점에서 이해관계에 덜 민감해 정부와 아쉬움없이 협상에 나설 수 있었습니다.
의약분업은 의대생들 또한 투쟁에 나서게 했습니다. 당시 전국의 36개 의대 본과 4학년 학생 3,081명 대상으로 실시된 투표에서 2,186명이 의사국시 응시하지 않는데 찬성하면서 2000년 의사국시는 3,081명 중 단 278명만이 응시했었는데요. 이들은 장래에 대한 비전이 없다며 궐기했으며, 일부 학생들은 자퇴를 결의하기도 했었습니다.
정부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김재정 당시 대한의사협회장은 집단 휴업 지시를 내리고 전공의들의 폐업을 지시해 170개 병원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김 전 회장은 징역 1년을 선고받았고, 이외에 전국 3000명의 의사가 경찰로부터 출석요구서를 받기도 했었습니다.
지난 2014년 박근혜 정부의 원격의료 도입과 영리병원 추진을 막기 위해 실시했던 집단휴진은 이 때에 비하면 규모가 작았습니다. 2014년 3월10일 당시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은 원격의료 등에 반대하며 전국의사총파업을 시행했었는데요. 전국 전공의 1만7,000명 중 필수의료인력을 제외한 7,200명이 파업에 참여했고, 개원가들도 힘을 모았습니다. 그런데 당시에는 의약분업 만큼이나 명백한 투쟁 요인은 없었던 만큼 파업 동력이 덜했었습니다. 문을 연 병원이 전체의 80%에 가까웠고 파업 사실이 미리 알려진 덕분에 큰 혼란은 없었다는 분석이 나왔었는데요.
당시 의료계는 원격의료를 막아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노환규 전 의협 회장과 의협 집행부는 회원들에게 집단휴진을 동참할 것을 요구한 혐의로 법정공방에 들어갔습니다. 이들은 6년이 지난 올해 3월 열린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의료계 파업은 우리나라에서만 있는 일은 아닙니다. 해외에서도 종종 파업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비교적 최근에 있었던 의사 파업 가운데 세계적 관심을 끌었던 것이 사례는 스페인 마드리드 지역 의사들의 파업입니다. 이 때는 정확하게 말하면 의사들만의 파업이라기보다는 의료인과 지역 사회 주민들의 민영화 반대 운동이었는데요.
남유럽 경제 위기에서 촉발된 스페인 정부의 긴축 정책, 그리고 이에 따른 병원과 의료 기관의 민영화 시도가 시발점이었습니다. 2012년 10월부터 시작된 운동은 파업, 연좌농성, 항의 방문, 피켓팅, 세미나 등 모든 방법을 동원했습니다. 이들의 민영화 반대는 의료인의 흰색 가운에 빗대어 ‘하얀 물결’로 불렸는데, 15개월 동안의 장기 투쟁 끝에 지난 1월 27일 결국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6개 병원, 4개 전문 치료 센터, 27개 지역 병원의 민영화 추진이 중지됐습니다.
이 같은 긍정적 측면의 있는 파업도 있지만 ‘밥그릇 싸움’에 의한 파업도 많은데요. 이스라엘 의사들의 파업도 뉴스에 자주 등장합니다. 파업의 이유는 주로 공공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들의 임금과 근로 조건인데요. 2000년에는 127일 동안이나 진료를 하지 않았고, 2011년에도 158일 동안이나 파업을 지속했습니다.
의료계 파업, 의사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도 좋지만 그 와중에 제 때 진료를 받지 못해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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