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대체육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롯데정밀화학(004000)이 식물성 첨가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롯데정밀화학이 생산하는 첨가제 메틸셀룰로스(MC)는 대체육이 육류 고유의 식감과 향을 내는 데 필수적인 재료다. 가성소다·암모니아 등 고부가 화학제품에서 바이오·그린 소재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모양새다.
11일 롯데정밀화학에 따르면 펄프를 원재료로 식물성 정밀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셀룰로스 사업부의 2·4분기 매출액은 836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28.5%를 차지했다. 셀룰로스 사업부의 롯데정밀화학 매출 기여도는 지난해 4·4분기 23.9%에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셀룰로스 사업부의 전체 영업이익 기여도는 1·4분기 40%대에서 2·4분기 50% 수준까지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셀룰로스 사업부의 주요 제품 중 하나는 대체육 등 식품에 들어가는 MC(롯데정밀화학 브랜드명 ‘애니애디’)다. MC는 육류 고유의 식감과 색·향을 내는 데 쓰이는 식물성 첨가제다. 대체육을 생산하는 ‘비욘드 미트’ ‘임파서블 푸드’ 등이 모두 MC를 사용한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미국의 듀폰, 일본의 신에쓰, 롯데정밀화학 3개 기업만이 식의약용 MC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희소성이 높다.
최근 대체육 시장이 급성장하며 롯데정밀화학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대형 육가공 공장이 문을 닫으며 대체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가 무분별한 야생동물 취식 등에서 발생했을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대량 도축·가공 시스템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마켓리서치는 전 세계 대체육 시장 규모가 지난 2017년 42억달러(약 5조원)에서 오는 2025년 75억달러(약 9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롯데정밀화학은 그룹 내 식품 계열사와 시너지 또한 누릴 수 있다. 최근 롯데리아는 식물성 패티·소스·빵을 사용한 ‘미라클버거’를 출시했다. 국내 프랜차이즈 중 식물성 햄버거를 출시한 것은 롯데리아가 처음이다. 롯데푸드 또한 지난해 ‘제로미트’라는 대체육 브랜드를 론칭하고 너깃·크로켓·함박스테이크 등을 판매하고 있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체육에 들어가는 MC는 현재 단일품목으로는 롯데정밀화학에서 영업이익 기여도가 가장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대체육에 MC가 첨가제로 1% 사용될 경우 2025년 대체육 시장 규모는 롯데정밀화학 생산능력의 14배까지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롯데정밀화학은 셀룰로스 사업부에 지속적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롯데정밀화학 측은 “식의약 제품 전방시장 등의 수요 확대에 발맞춰 애니애디를 포함한 셀룰로스 계열에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롯데정밀화학은 고부가 스페셜티 전문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선제적인 투자를 지속해왔다. 2018년과 2019년에는 셀룰로스 계열의 헤셀로스(페인트첨가제)와 메셀로스(건축용첨가제) 공장 증설을 완료했으며 내년 상반기에는 1,150억원 규모의 메셀로스 공장 추가 증설과 239억원 규모의 식의약용 셀룰로스 제품인 ‘애니코트’의 증설을 완료할 계획이다.
다만 MC 사업이 롯데정밀화학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식의약용 MC 사업 규모가 아직 작은데다 코로나19 사태로 당장 수요는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체육 시장이 5배 성장해도 현재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한다면 연결 매출 내 비중은 2%에 불과해 펀더멘털에 기여할 수 있는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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